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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 다섯시 Feb 08. 2018

개 같은 날의 오후

개로 변신하는 방법


점심을 먹고났는데 갑자기 아기가 서럽게 울었다. 말도 잇지 못하고 꺼억꺼억 숨이 넘어가게 울었다. 나는 덜컥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서 아기를 이리저리 살폈다. 아이는 다친 데 없이 말짱했다. 어르고 달래며 울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딸애는 말도 않고 한참을 섧게 울고 나서야 딸꾹질을 하며 겨우 말을 이었다.

엄마. 나는 왜 개가 될 수 없는 거야?
개가 될 수 있게 해줘!


아이는 보고 들은 대로 자란다. 외동인 나의 딸은 그래서 개를 보고 자란다. 개에게서 배울 것이 뭐가 있냐고 물으시겠지만 천만의 말씀. 꼭 쓸모 있는 것만 배워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시라. 세상은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아이는 그런 것들을 보고 들으며 스스로 쓸모 있는 것들을 쟁인다. 나의 딸은 지금 다섯 살 인생에서 가장 쓸모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고민이 단지, '개로 변신하는 방법'일 뿐이다. 세상에 하찮은 고민이란 없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어느 날은 개처럼 발을 씻겠다고 야단이다. 개는 어째서 발을 핥는 거냐고 내게 묻는다. 자기도 발을 핥으면 개가 될 수 있냐고 눈을 반짝였다. 이쯤 되면 절대 말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니까. 나는 "음, 과연 그럴까."하고 얼버무린다. 검은 머리 개구리는 몇 번이고 발을 핥았으나 별 수확이 없자 이내 심드렁해져서 벌러덩 나자빠졌다.




이어지는 글과 사진이 궁금하시다면, 

신간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을 구매하시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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