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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은 언제 증명 끝남?

#24: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후기

by 디깅업

지난주 일요일, QWER의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2화가 올라왔다. 나른한 일요일에 느긋하게 보기 좋은 59분짜리 고봉밥 영상이었다.

이번 시리즈는 멤버들의 자작곡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대본이나 연출이 없는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작곡을 만드는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가공 없이 너무 리얼하게 보여주는 바람에 오히려 몰입해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컨텐츠를 위해 멤버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자작곡을 고민하는 열흘 넘게 셀프캠을 끼고 살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그렇게 모인 80시간의 방대한 컨텐츠를 흡입력 넘치는 59분짜리 컨텐츠로 압축해 냈다. 남들보다 2배 더 긴 시간선에서 사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QWER 팀의 진심과 역량은 항상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QWER다운 방식: 정면돌파


자연스럽게 왜 이런 방식으로 컨텐츠를 만들었는지 고민해 보게 된다. 왜 감동적으로 풀 수 있는 정제된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주특기인 웃음을 곁들인 '페이크 다큐'도 아닌 낯선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을까? 그 이유는 이번 시리즈 첫 화의 타이틀과 썸네일에서 바로 알 수 있다. 타이틀 그대로 "자작곡도 없는 게 무슨 밴드야?"라는 QWER을 향한 비판에 정면돌파 하기 위함이다.


QWER은 데뷔 초부터 항상 의문과 비판이 따랐다. 그리고 QWER은 그럴 때마다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들을 증명해 왔다. 작년 상반기 축제 시즌, 보컬 시연의 립싱크 의혹이 일자 무반주 라이브를 하며 응수했다. 꾸준했던 핸드싱크 논란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 진짜 연주를 보여주며 제대로 Show & Prove 했다. 성공적인 미니 1집 활동 후에도 여전했던 "QWER이 무슨 아이돌이냐"는 비아냥에는 <가짜 아이돌>에 안티들의 마음마저 돌리겠다는 포부를 담아 대답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음악 방송 3관왕을 한 것에 이어 굴지의 K팝 시상식들에서 신인상을 포함한 여러 상을 수상하며 이들이 잘 나가는 아이돌임을 증명해 냈다.

이렇듯 비판이 있으면 항상 정면으로 들이받아 증명해 내는 게 QWER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자작곡 없는 밴드'라는 숙제뿐이다.

그런데 만약, 평범하게 컴백한 앨범에 멤버들의 자작곡이 들어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보나 마나 ‘직접 만든 게 아니다’는 의심과 비판에 시달릴 게 뻔하다. 그래서 가장 QWER다운 방식으로, 또 한 번 자신들을 '증명'하기 위해 과정 전체를 싹 다 보여주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근데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면 그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증명하는 과정에서 모든 패를 깠는데 결과가 별로라면, 증명하기는커녕 '애썼네' 정도의 아쉬운 소리만 듣게 된다.

이번 곡은 QWER의 첫 번째 자작곡이다. 처음 하는데 보는 눈은 많고, 기대하는 사람도, 팔짱 끼고 지켜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당연히 그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곡에 대한 그림이 안 잡힌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멤버들 각자의 초조함과 불안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넷이서 하나의 곡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삐걱대고 갈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멤버 모두에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하게 느껴져서 영상을 보는 내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의 멤버들 모습은 달랐다. 썸네일 그대로, 'QWER is well'이다. 특히나 뒤로 갈수록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곡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게 좋았다. 스스로 만족할 곡을 만들려는 열정이 보이고, 우리가 좋으면 된다는 당당함이 보이고, 나아가서 함께 곡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영상을 보는 내내 강하게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의외로 QWER에 대한 생각이 아니었다. '나도 밴드 해보고 싶다. 자작곡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QWER에 대한 한 시간짜리 영상인데, 보고 나서 든 가장 큰 감상은 '나도 음악 해보고 싶다'였다.


QWER의 메시지: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곡이 다듬어지기 시작하니 멤버들이 하이텐션이 되는 순간이 더 자주 나왔다. 머릿속에 있는 멜로디를 입으로 불러보고, 들은 리프를 각자의 악기로 연주해 낸다. 그리고 각자의 리프를 합쳐 하나의 반주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흘러가는 코드에 맞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막가사를 붙이며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물론 멤버들이 하루에 10시간씩 쏟아부었기에 1년 반 만에 이렇게 빠르게 곡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일 테다. 하지만 내 실력을 떠나서, 이 모든 과정이 그냥 너무 재밌어 보였다.

이런 느낌은 나만 받은 게 아닐 것이다. 애초에 QWER을 보고 자극받아 놓았던 악기를 다시 잡는 바위게도 상당히 많다. 국내 유일무이 '성장형 걸밴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선한 영향력이다. 이들이 크로매틱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연주력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악기를 배우고 싶어진다. 이제 이들이 친구들과 모여 처음부터 작사 작곡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자작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몇 주 전에 마젠타의 라이브 방송에서 그녀가 비슷한 발언을 했었다. 사실은 여느 때처럼 광대 젠타를 기대하고 본 방송인데, 너무 와닿는 이야기를 해서 나도 모르게 영상을 녹화하고 여러 번 돌려 봤다. 'QWER은 밴드신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는 한 팬의 채팅을 보고 한 말이다.


저희가 밴드신에 좋은 본보기, 그런 말보다,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의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https://www.youtube.com/live/c1-BbfQniUY?si=ZfIzZqfUReYnAdkm / 안 보이는가? 멤버십 가입하자.

QWER은 계속해서 자신들을 증명해 왔고, 지금 또 '자작곡 없는 밴드'라는 과제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증명'은 원치 않게 주어진 숙제일 뿐이다. 그 이면에 있는 QWER이라는 그룹의 핵심가치는 노력, 열정, 성장이다. 멤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QWER의 제작진도 한 팀이기에, 컨텐츠에서도 절대 완성된 결과만 보여주지 않는다. 서툴게 뚱땅거리는 모습부터 여유롭게 해내는 순간까지를 순차적으로 담아낸다. 그래서 QWER이라는 그룹을 응원하는 내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응원하면서 도리어 내가 응원받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QWER과 이번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의 핵심 메시지는, '증명과 정면돌파'가 아니라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는 응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적의 항해에서 응원가로.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멤버들은 주제를 '바다'로 잡았었다. 그중에서 특히나 많은 바위게들의 공감을 얻었던 주제는 리더 쵸단이 한 아래의 말이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해적으로 보는 거야'가 QWER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출항이 아니라 지금 우리는 어디론가 항해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우리를 해적으로 보는 거야. '결국 바위게들한테로 간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지.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곡을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바다'라는 주제랑은 많이 멀어졌던 모양이다. '해적의 항해'에서 출발했지만,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노래는 어느새 '응원가' 느낌이 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참 아이러니했다. '자작곡 대작전'을 리얼 다큐 형식으로 제작한 것은 분명 '증명'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가는 자작곡의 방향성은 결국 '응원'을 향해가고 있다. 어쩌면 QWER이 태생적으로 사람들을 응원하고 자신들도 응원을 받는 그룹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QWER에게 '증명'하라고 외치는 이들은 QWER이 백날 증명해도 또 새로운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조그만 스마트폰 세상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바깥세상에서는 QWER에 대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의 업적을 나열하는 건 이제 손가락만 아프다. QWER은 올해 초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1분 컷으로 매진시킨 후 성황리에 마쳤고, 이제는 4월 일본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그러니 제발 나도 당첨 좀...) 그리고 지난 토요일(2월 22일)에는 제1회 '디어워즈'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트렌드상'과 '베스트 밴드상'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다.

감히 예상하건대, '자작곡 대작전'까지가 'QWER 증명'의 End Game이지 않을까 싶다. '자작곡 없는 밴드'라는 숙제를 클리어하고 나서의 의심과 비판은 합리의 영역을 넘어서 완전한 억까의 영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QWER이 할 일은 분명하다. QWER의 메인 프로듀서, 이즈리얼 이동혁 작곡가가 말한 대로 하면 된다. QWER의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프로젝트>.


정답은 없으니, 하고 싶은 음악, 우선 완곡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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