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낯설다는 너에게 blur - birthday를
생일이 윤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모임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생일에 축하받는 것이 어색해서 가끔 돌아오면 좀 덜 하지 않을까요.
다들 왜 그러냐며, 생일을 충분히 즐기라고들 권했다. 맞다. 생일은 축하받아야 하고 신나게 보내는 게 좋다. 축하카드, 선물, 전화 통화. 뭐든 생일을 기억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나 역시 생일 선물 받는 거 좋아한다. 그런데 그걸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내 메신저의 생일 알림 기능은 꺼져있다. 언젠가 아침부터 후배에게 축하 메시지가 오던 날, 놀란 후 조정해 놓았다. 그 때 그 친구가 무슨 얘기를 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침묵이 더 깊은 대화가 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나도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었다. 말의 뒷맛이 쓰다고 할까. 애써 설명하려고 했는데, 말을 꺼내기 전보다 더 애매한 상황이 되었을 때의 당혹감. 단순히 이해가 안 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차라리 시작도 안 하는 게 나았을까. 그랬다면 서로 간 소통의 가능성은 잠재되어 있다고 덮어둘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맛도 없는 것이 쓴 맛보다는 낫지 않을까.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사람 사이에 완벽한 소통이 가능할까요?
짐 자무시의 영화 <천국보다 낯선, 1984>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서로 소통이 안 되어서 우왕좌왕하는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도 보는 각도에 따라 유쾌할 수 있다는 것. 어쩌다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같이 지내게 된 두 사람. 헝가리에서 온 사촌 동생 에바와 미국인처럼 살아가려는 윌리의 대화는 언제나 겉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도박에 탕진도 해보고, 허세도 부려보지만 점점 서로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만남은 아무 의미도 없고 헛된 것이었을까?
그랬다면 이 영화가 이토록 오래 기억될 리가 없다. 엇갈림 사이에도 유머는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좋은 대화란 서로 같은 것을 계속 확인하는 반복이 아니라, 서로 다름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생일이 낯설다는 그 친구에게 나도 그래,라고 하지는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얘기는 왜인지를 묻는 대신, 말하기 어려운 얘기를 꺼내놓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은 의도를 보게 된다. 모두가 합의하는 것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도 있으니까.
이런 의견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말.
어떤 면에서 그 친구는 나보다는 나았다. 나는 굳이 그런 얘기를 꺼내려하지 않았던 때도 많았으니까. 그래도 블러의 이 노래를 듣던 날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당장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실망하지도 않게 되었다. 언젠가는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 노래같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까지 생각했다.
생일을 축제처럼 보내기를 권한다. 모든 순간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래도 대화는 계속되어야 하고 또 어떤 날은 내 맘 같은 노래를 만난다. 앞으로 어떤 날이 다가올지는 아직은 모른다.
미지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이렇게 배워나간다.
blur -birthday*
https://www.youtube.com/watch?v=xGFa5_wdRsU
It's my birthday
No one here day
Very strange day
I think of you day
Go outside day
Sit in park day
Watch the sky day
What a pathetic day
I don't like this day
It makes me feel too small
오늘은 내 생일이야.
아무도 없는 날이야
꽤 이상한 날이야
너를 생각하는 날이야
밖에 나가는 날
공원에 앉아있는 날
하늘을 바라보는 날
얼마나 서글픈 날인지
난 이 날을 좋아하지 않아
날 작게 느끼게 하거든.
*blur 1집 <Leisure> 앨범의 수록곡.
가사도 그렇지만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 기타 연주의 전개방식이 이 곡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후렴구의 기타가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