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는 야밤 인간이었다. 8-9시쯤 아이들을 재우고 침실에서 부스스 기어나와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가 11-12시쯤 잠이 들었다. 그런데 늘 그때 분명히 피곤해서 자러 들어갔는데, 머릿속과 눈앞이 복잡해서 잠이 쉽사리 들지 않았다. 잠이 들고 나서도 선잠을 자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자기 직전까지 보고 있던 모니터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수면은 내 감정 상태와 몸 상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으므로 변화가 필요했다. 아이들을 재울 때 나도 같이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들을 재울 때에는 스마트폰이든 모니터든 볼 일이 없다. 씻기고 책을 읽어주다 잠들기 때문에 디지털적으로 클린한 상태에서 잠들어서 그런지 수면의 질이 더욱 좋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지나가고 있다.
좋은 점 1 :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야밤 인간일 때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수면을 방해할까봐 마실 수 없었다. 디카페인일지라도 그 시간에 먹으면 단잠을 방해했다. 하지만 새벽에는, 앞으로도 계속 깨어있을 것이므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커피로 몸 구석구석에 붙어 있는 잠을 떼어내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그 느낌이 좋다.
좋은 점 2 : 극도로 고요하다
물론 밤에도 조용했다. 그래도 그 시간에 밖에 다니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고, 집 안에는 깨어 있는 남편이 있었다. 하지만 새벽 서너 시는 정말 극도로 고요해서 진정으로 혼자 있는 기분이다. 모든 것이 깨어나서 움직이고 소리를 내기 이전까지, 오로지 나만 소리를 내고 움직이도록 허용된 느낌이랄까. 새벽의 고요 속에서 왠지 모를 자유가 느껴졌다.
좋은 점 3 : 하루를 준비할 수 있다
새벽엔 타의가 아닌 자의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식구들과 함께 일어나면 아침을 차려주고 그들의 각종 요구에 응해주면서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물론 모두들 출근하고 등원한 뒤에 다시 나만의 하루를 시작해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미 엉망진창으로 하루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새벽에는 오늘 하루의 통제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 고요히 앉아 오늘 하루를 그려 볼 시간과 여유가 주어진다.
새벽에 일어나면 성경 묵상을 하기 전에 인증샷을 찍었다. 앨범에 모아놓고 보니 어느새 그 인증샷이 25장이 되었더라. 같은 일을 21일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던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나에게도 습관이 된 것 같다. 좋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해서, 도대체 뭐가 좋아서 새벽 인간이 되었는지 정리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일찍 일어나는 편이고, 비몽사몽 중에도 엄마가 옆에 만져지지 않으면 일어나 엄마를 찾는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은 야밤 인간일 때보다 새벽 인간일 때 더욱 적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욕심이 올라오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아이들이 귀찮아지고 다시금 밤에 내 시간을 가져볼까 생각하게 된다.
욕심과 위의 세 가지 좋은 점을 재어봤을 때, 욕심을 내려놓는 게 내게는 더 맞아 보인다. 건강과 여유, 질 높은 시간이 새벽 인간을 놓을 수 없는 나만의 이유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