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 『소설쓰기의 모든 것』을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다가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결국 소장하기로 마음 먹고 구매했다. 저자인 제임스 스콧 벨은 서문에서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작가지망생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달까. 그는 스스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독자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독려한다.
내가 다음에 한 일은 '작가'라는 글씨가 황금색으로 쓰여 있는 검은색 커피 잔을 산 것이다. 내 결심을 되돌아보며 매일매일 이 컵을 바라보곤 했다. 만일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오면 이 컵을 다시 들여다볼 것이다. 아마 그 컵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어 주리라.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01 플롯과 구조, 제임스 스콧 벨, 다른, p11
꿈의 시각화나 비전노트 같은 거, 귀찮아서 잘 안하고 그 효과도 잘 믿지 않는 편인데, 웬일인지 이건 따라해보고 싶었다. 서랍을 뒤져 애정하는 한라산 메모지를 꺼냈다. 늘 변치 않고 눈을 들면 언제나 웅장하고도 든든하게 서 있는 한라산을, 나는 제주도에서 가장 사랑한다.
제임스 스콧 벨처럼 그냥 심플하게, '작가 Writer' 라고 한라산 한 가운데에 써 보았다. 매일 보는 모니터 아래에 수국 마스킹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왠지 부끄럽다.
작가가 된다니, 허황된 꿈을 들킨 것만 같다.
아유, 제가 작가가 되긴요. 제가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될 리가 없잖아요.
내 안의 자아가 재빨리 손사래치는 게 느껴진다.
오글오글 오징어가 된 손을 내저어 얼른 떼어버리려다가 그대로 놔두고 한동안 쳐다본다.
터무니없어 보여도 괜찮아, 내가 좋은 걸 뭐.
이렇게 적어놨으니, 이제 나도 제임스 스콧 벨처럼 스스로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날을 잊지 않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