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매몰차고 차가운 구석이 있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을 대할 때도 종종 발현되는데 그래서 일을 더 크게 키우곤 한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나도 같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치 모닥불 옆에 있던 마른 장작 같아서 내가 오히려 더 활활 타올라 버린다.
아, 좀 더 적절한 비유가 없을까. 불이라기보다는 차갑게 식은 매서운 바람 같은 느낌인데.
어쨌든 이럴 땐 아이가 자기 감정을 좀 달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도 잘 들어주지 않는다. 안아주기도, 마음을 읽어주기도, 짜증의 원인이 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싫다.
지나고 나면 그럴 때 그냥 내 감정 꾹 누르고 아이를 우쭈쭈 해주고 나면 금방 지나갈 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꽁 묶여 풀리지 못했을까 싶다.
해님과 바람 이야기에서 따뜻한 햇빛으로 나그네가 방어기제를 풀고 편안해지는 것처럼, 그때 아이를 오히려 품어주면 짜증과 고집이 풀렸을 것 같은데, 내가 매몰차게 굴어서 아이의 울음과 생떼가 더 심해진 것만 같다.
요즘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어떤 운전 기사 이야기가 나온다. 세이노가 별 것 아닌 일로 기사에게 불 같이 화를 냈는데, 5분 뒤에 그가 바로 낯빛을 부드럽게 바꾼 뒤 웃으며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했다는 거다. 세이노는 그의 프로 정신에 감복했고, 그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영업부 팀장으로 고속 승진시켰다.
나도 아이를 대할 때 이럴 수 있을까? 아이의 감정에 내가 휘둘리지 않고 한결같이 따뜻하게 대해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매몰찬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가 이렇게 짜증을 있는대로 내면서 울고불고 할 때 아이도 스스로의 감정이 당황스러운 것 같다. 본인도 그 격렬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르는 거다. 그래서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엄마에게 더 달라붙어 괴롭힌다. 이때 엄마가 겉으로 보이는 아이의 반응보다, 그 속에 있는 욕구를 알아주고 진심을 알아주면 아이는 금세 무장해제된다.
그런데 이렇게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마는 극F 엄마라는 게 문제다. 극T인 남편은 매몰찬 나를 볼 때마다 아이들을 너무 함부로 대한다고 여겨서 부부싸움으로 발전할 때도 있다.
어떻게 하면 매서운 바람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아는 한 가지는 일단 자면 괜찮아진다는 거다. 잘 자고 몸이 힘들지 않은 게 중요하다. 충분히 자자.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될까. 방법을 찾아 보자.
언젠가 아이가 옷깃을 꼭 여미고 내게서 돌아서게 될까봐 두렵다.
그리고 기억하자. 몰아세우고 다그친다고 안 되던 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다면, 일단 멈추고 나도 아이도 다독이며 큰 숨을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