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일주일에 2번은 당직을 선다. 주 2회는 밤을 새거나 매우 적게 자거나 어쨌든 불편한 밤을 보내고 귀가하는 것이다.
힘든 밤을 보낸 날에는 그냥 당직실에서 잠을 더 자고 집에 오면 좋겠는데 남편은 굳이 퇴근하자마자 집에 온다.
평일에는 상관없는데, 주말에는 이런 남편이 매우 짜증이 난다.
미취학 아이 둘을 돌봐야하는 엄마인 나는 주말에 노동량이 매우 많다. 아예 남편이 없으면 기대도 없기에 혼자서 별 불평 없이 주말을 살아낸다. 그런데 남편이 있으면 육아나 집안일을 어느 정도 분담해줄 거라는 기대가 어쩔 수 없이 생긴다. 놀아달라고 아우성인 아이들 틈에서 자고 있는 남편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괜히 얄미우면서 기분이 나쁘다.
아침에 피곤하면 아무도 없는 당직실에서 좀 자고 오지, 왜 굳이 집에 기어들어와서 자느냐 말이다. 남편은 외롭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주말에 집에 와서 자고 있는 남편 꼴이 보기 싫다.
나는 아마도 가정을 일터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남편은 일터가 밖에 있고, 그에게 가정은 온전히 가정이다. 편안함과 쉼, 사랑이 있는 가정.
이런 인식 차이 때문인지 나는 틈날 때마다 가족에게서 벗어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사수하려고 애쓰는 한편, 남편은 날마다 집으로 돌아오고 혼자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집과 가정이 일터가 되는 것의 단점을 하나 더 찾은 느낌이다. 내게도 가정이 쉼과 사랑이 있는 가정이 되려면, 바깥의 일터를 찾아야 할까.
토요일 아침 9시에 들어와 오후 3시까지 자는 남편을 보며 부아가 치밀어, 쓰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다다랐다.
그런데 가족과 가정이 내게 일로만 인식된다는 것이 조금 서글프다. 일이나 의무가 아닌, 사랑과 관계로 인식한다면 조금은 덜 힘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