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건 2022년 5월이었지만, <주짓수하는 엄마> 연재를 마치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 쓰더라도 띄엄띄엄 어쩌다 한 번씩 쓰다가 올해 9월 말부터 다시 브런치에 돌아왔고, 주 5일 연재를 시작해 이제는 꾸준히 브런치에 쓰고 있다.
나로 하여금 브런치에 발길을 끊게 만든 건, 브런치북/매거진이라는 형식 때문에 뭔가 주제에 맞는 글만 써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 라는 부담스러운 호칭도 편하게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데에 한 몫 했다. 내가 브런치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변하지 않았는데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을까?
인스타는 내 자존감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터라 그만둔 지 오래 되었고, 네이버 블로그가 나의 글 친구였다. 블로그는 글쓰기 포맷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이웃공개/비공개 등 내 글의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좋고, 글로 맺어진 이웃들과의 소통도 좋았다. 게다가 핸드폰으로 쓸 때, 핸드폰의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좋음. 브런치는 핸드폰 이모티콘이 적용이 안 된다.
감정 표현 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이것 좀 수정해 주시죠, 브런치 직원들이여! 쪼끄만 이모티콘 쓰고 싶은데 카톡 이모티콘만 적용되게 하는 건 너무해.
그런데 어느 날부터 블로그에 의미 없는 댓글들과 홍보성 이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효과적인 플랫폼이어서 그걸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왠지 나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던 거다. '월 천만 원 부수입 소개 드려요' 같은 다단계 댓글부터, 영화 감상을 적은 글에 '유익한 정보' 감사하다는, 글을 읽지도 않은 웬 건강식품 회사의 댓글까지, 이런 의미 없는 반응들에 점점 나는 피곤해졌다. 차단하고 신고하다 지쳐 버렸다.
정보와 홍보가 넘쳐 나고, 글보다는 이미지와 영상이 메인이 된 듯한 피드에도 지쳐 갔다. 사진 챌린지, 클립 챌린지, 체크인 챌린지, 내돈내산 챌린지 등 마케팅을 장려하는 블로그 운영팀에도 질리는 마음이 들었다. 각종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블로그들은 점점 글보다는 정보를 담은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애드포스트는 긍정적이었지만, 글에 달리는 광고가 점점 늘어났다. 애드포스트를 처음 시작할 땐 분명 글 중간에 광고가 딱 하나 있었는데, 어느 새 글 중간에 2개나 광고가 붙었고, 글 말미엔 여러 업체들의 광고가 붙었다. 내 글이든 이웃의 글이든 광고는 글을 읽는 흐름을 끊어놨다. 내가 글을 읽으려고 들어왔는지, 광고를 보려고 글을 클릭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정보가 아닌 글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브런치로 돌아왔다.
여전히 내게는 브런치북을 쓸 만한 주제가 없다. 주제 없이 그냥 내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용도로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상기하면서.
인기 있는 브런치북 작가가 되고 싶고, 매년 열리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수상하고 싶은 욕심이, 그렇게 될 거 아니면 브런치에 쓰지도 말라고 말하는 건 오직 내 안에 있는 자아비판일 뿐이다.
요즘은 글을 있는 그대로 쓸 수 있어서 즐겁다. 글에 붙일 이미지 걱정 하지 않고, 검색어나 노출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글을 쓴다. 브런치엔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