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플라스틱 냉동밥 용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플라스틱 용기에 밥 얼리는 거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럼 밥을 어디에 얼려?"
"밥을 얼리지 말고 그냥 매번 해. 밥솥에 보온 기능으로 보관하거나."
"뭐라고? 본인이 밥 안 한다고 못하는 소리가 없네? 밥을 매일 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몰라서 그러지? 그리고 보온 기능으로 밥솥 계속 켜 놓으면 전기세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알아?"
"플라스틱 용기에 밥 얼렸다가 전자렌지에 녹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엄청 나온대."
"그런데 미세 플라스틱이 도대체 왜 안 좋은 거야?"
"미세 플라스틱이 몸 속에 들어가면 혈관에 쌓인대. 혈관에 쌓이는 플라스틱이 많아지면,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같은 각종 심혈관계 질병을 유발한다는 거야."
미세 플라스틱이 안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 건지는 몰랐는데, 남편 덕에 미세 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게 되었다.
모르면 넘어갈텐데, 알고 나니 찝찝해졌다. 결국 집에 있던 모든 플라스틱 냉동밥 용기를 다 버렸다.
하지만 밥을 매일 하긴 싫다구!
옛날 옛적, 아이들 이유식 보관할 때 썼던 유리 용기를 꺼냈다. 유리도 얼리긴 한다던데, 나는 옛날 사람인가, 유리를 냉동실에 넣으려니 왠지 깨질 것 같아서 걱정됐다.
그러다 실리콘으로 된 냉동밥 용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생겼다. 전체가 실리콘으로 된 용기다.
막상 사려고 보니 가격이 내 앞길을 막았다.
4개에 2만 6천원이라니?!
플라스틱 냉동밥 용기는 20개에 2만 6천원 준 거 같은데!!
선뜻 결제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다....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이 아이들을 몇 번을 노려 보다가, 나중에 심혈관 질환에 걸려서 병원비 드는 것보단 싸게 먹히겠지, 싶은 마음으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4개만 써 보자!
막상 받아보니 실리콘은 플라스틱에 비해 매우 두꺼워서, 과연 밥이 잘 얼까, 밥맛을 잘 유지해줄까 걱정이 됐다.
스팀홀을 열고 전자렌지에 3분!
땡!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뚜껑을 열었다.
모락모락, 한눈에도 맛있어 보이는 쌀밥이다.
실리콘 용기에 밥 냉동하기 도전 성공이다.
건강도 지키고, 주부의 워라밸도 지켰다.
4개 더 주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