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이 무너진 1월 말, AI가 나에게 건넨 위로
기술의 시대, 인간의 결핍을 채우는 생성형 AI의 진화
26년에는 잘 살아보자
26년을 기대하며 목표를 세운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어느덧 1월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2026년이 되었다고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늘 그렇듯 벌써 한달이 지나가다니 시간 참 빠르다.
26년에 들어오면서 몇가지 계획을 세웠다.
1)성경 일독 시작하기
2)매일 독서하기
3)매일 중국어공부하기
4)매일 글쓰기
5)매일 AI 활용하기
결과는..?
솔직히 말하면, 1번만 지켜지고 있다. 교회에서 받은 그날 읽은 성경 구절과 기억에 남는 내용을 짧게 적는다. 모태신앙이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새롭게 깨닫는 내용이 많다. '내가 이렇게 성경을 안 읽고 살았구나'하는 반성과 함께.
그리고, 2번부터 5번까지는? 해내지 못하고 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회사가 연초부터 너무 바빴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일정이 촉박하여 거의 매일 회의다. 퇴근도 매일 늦게 하고 있다. 왕복 3시간 걸리는 출퇴근길을 보내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기 일쑤였다.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을 가고, 나머지 날에는 집에 오자마자 씻고 따스한 침대에 누워 몇시간씩 드라마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주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 게획했던 독서, 글쓰기, 카페 작업은 '연초 목표'라는 이름으로만 남았다.
이러다 보니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 생각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나는 나를 이렇게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 단톡방에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제미나이에게 꼭 물어보세요. 재미있는 프롬프트 공유드려요.’
내용은 요즘 내가 자주 쓰는 말이나 생각 3개를 넣고,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한 후,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과 함께 현재의 언어 습관이 유지될 경우 6개월 뒤의 나는 어떠한지 알려주고, 같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다른 언어와 전략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쓴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별 기대없이 본 제미나이의 답변 속에는, 나를 다그치기는 커녕 내가 나아갈 방향과 함께 따스한 조언이 담아져 있었다. 제미나이가 분석한 현재 나의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완벽주의적 무기력과 인지적 불일치.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내가 예상치 못한 환경에 부딪혀 나타나는 전형적인 무기력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6개월을 지내고 나면 26년의 하반기는 무기력이 심화되고, 번아웃의 신체화가 나온다고 했다.
이 내용을 보고나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뭘 해야하지? 라고 생각하며 다음 글을 읽었는데, 제미나이가 제안해준 실행전략은 꽤 구체적이었다. 우선 언어습관 수정 및 현실적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루틴의 슬림화
1시간 공부, 1시간 글쓰기와 같은 거창한 계획은 지금의 에너지 상태로 분가능 합니다. 실패하기가 어려운 최소 단위로 루틴을 쪼개세요. (예를 들면, 책상에 앉아 연필 깎기’ 또는 ‘브런치에 한 문장 쓰기’)
출퇴근 시간의 완전한 분리
3시간의 출퇴근길에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을 버리세요. 이때는 철저히 ‘뇌를 오프라인 상태’로 두는 것을 목표로 삼아, 집에서의 10분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십시오
성취 기록의 가시화
못한 것을 세지 말고, ‘오늘 회사에 무사히 다녀온 것’과 ‘씻고 누운 것’ 자체를 리소스 관리의 성공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오늘 내가 지켜낸 아주 작은 것 적기. 이 얼마나 상담선생님 같은 발상인가! 매일 한시간은 해야한다는 나의 툴 속에서 갇혀있었는데, 작게 시작하고 그 안의 성취를 누리라니. 이것은 지키지 못할 추상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지금이라도 실천 가능한 일들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이 실행 전략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자금 나에게 필요했던 건 구체적인 조언도 조언이지만, ‘괜찮아’ 라는 느낌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이루지 못한 것도 많지만, 반면에 내가 이룬 것들도 많으니까.
얼마전 자료를 찾아보면서 24년도의 생성형 AI 활용과, 25년을 비교해 놓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통계 자료를 보았다. 24년도에는 사람들이 생성형 AI를 주로 기술 중심의 생산성으로 활용했다면, 25년은 개인의 삶, 정서, 자기관리 중심으로 이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기술로서의 역할을 넘어 인간 경험의 더 깊은 측면을 지원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기도 하다. 1위는 상담/대화 파트너, 2위는 일상 생활 관리, 3위가 삶의 목적 찾기 였는데, 그 자료를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인간이 대면해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 줄어서 아쉽다. 라는 부분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인 연결, 이해, 성장, 의미 찾기를 이제는 AI가 대신하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다.
기술이 인간의 정서를 지원하는 도구가 된 지금, 기획자로서 나의 숙제는 명확해졌다. 차가운 기술에 어떻게 하면 인간적인 온기를 담아 삶과 연결할 것인가. 사실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이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나 또한 도움을 받고 있다니,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