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냉가방을 거쳐간 수많은 주사들

by 깨알쟁이

예전에는 난임병원에 다닌다고 하면 모두가 시험관 시술을 하는 줄 알았다.

근데 병원에 1년 가까이 다녀보니,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치의는 임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릴 때 시술 단계에 가속을 밟기도 하고 교통수단을 다양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시험관시술의 개념부터 살펴보면, IVF(In Vitro Fertilization)은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 임신을 돕는 보조생식술이다. 시험관시술은 배란 유도 → 난자 채취 → 체외 수정 → 배아 배양 → 이식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시술이며, 여기서 '난자 채취'를 시험관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험관시술을 한다고 마음먹기까지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나는 사실 채취 단계를 경험하지 않았을 뿐, 배란을 유도하는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해 왔었다. 배란은 유도하되 자연적으로 난자와 정자가 만나게 하는 자연 임신을 시도했을 뿐, 먹는 약과 주사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100% 자연 임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험관을 11월에 했지만 병원을 다니고 처음 약을 먹게 된 건 1월이니 꽤나 많은 약을 써오긴 했다. 여전히 배주사는 무섭고 약 먹는 건 자주 까먹는다. 어떤 약은 아침-점심-저녁 식후 30분 이내에, 어떤 약은 저녁 먹으면서 중간에 복용, 어떤 주사약은 오전 중에 맞고 어떤 주사약은 채취 36시간 전에 놓았다. 그저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먹어오고 놓아왔던 약들이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임신 준비를 위해 몸을 만들었던 시간 속에서 썼던 소중한 나의 동반자와 다름없었다. 오늘은 내가 써 온 약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배란 유도 준비 단계 : 글루코파지, 페마라정

1) 글루코파지(엑스알)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약이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안정적인 난포 성장에 도움

└ 나의 경우, 병원을 다닌 시점부터 지금까지 매일 저녁 식사 중간에 1정씩 복용하고 있다

2) 페마라정(레트로졸)

에스트로겐을 낮춰 뇌에서 배란 신호를 더 강하게 보내게 하는 배란 유도제

└ 적극적인 자연 임신 시도를 할 때 5일씩 복용해 왔다


난포 성장 단계 : 배란 유도 주사

1) 고나도핀 엔에프/폴리트롭

난소를 자극해 여러 개의 난포를 자라게 하는 FSH(Follicle Stimulating Hormone) 주사

└ 여러 배 주사 중에서는 거의 처음 맞아본 배 주사였으나,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2) 폴리트롭프리필드

매일 일정 용량으로 난포 성장을 유도하는 배란 유도 주사

└ 가니레버랑 한 쌍으로 난자 채취 전에 매일 오전마다 맞았었음


조기 배란 억제 단계

가니레버 프리필드시린지 : 난포가 충분히 클 때까지 배란이 먼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주사

└ 아직 이식 단계에 가지 않은 나로서는 여태 맞은 배 주사 중에는 이게 가장 따가웠음. 차라리 주사를 맞고 바쁘게 일상 속에 뛰어드는 것을 추천


최종 성숙 단계

1) 오비드렐 리퀴드주

난자를 최종 성숙시키고 난자 채취 시점을 맞춤

└ 꽤 초반에도 맞고 나팔관조영술 이후 맞았었음

2) 데카펩틸 주

황체기 중반부터 배란 유도 전까지 호르몬 조절용으로 사용되는 주사

└ 통증 정도는 평이한 편



대부분의 주사제들은 밀봉 용기에 2~8℃에서 차광하여 보관하여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늘 보냉 가방을 하나씩 주셨다. 처음 병원에 다닐 때에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 가방들을 들고 다녀서 저게 뭐지 했는데, 이제는 집에도 2~3개, 차에도 하나 있어서 종종 갈 때마다 반납하기도 한다. 가끔은 그 보냉백을 보며 서글프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약국에서나 대기실에서 같은 보냉백을 들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동지애가 불끈 생기기도 한다.


듣자 하니 배아 이식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또 약들을 처방받는다고 들었다. 이미 임신에 성공한 많은 선배님들의 후기들을 보다 보면 두려움만 생겨서 사실 겁이 나기도 한다. 요즘은 난자 채취 이후에 아무 주사를 맞고 있지 않아서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클린 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부디 새로 만날 약들도 그렇게 힘들지 않기를 바라본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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