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처럼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할 때 각 세대가 살아온 환경의 차이만큼 입장의 차이가 소통의 어려움이 됩니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입장 차이라는 거죠.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은 마음이랄까? 부모가 되면 나의 부모처럼 행동하고 아이에게 공감하는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발 빠르게 맞춰가야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겠죠.
가정 내에서 또 다른 갈등은 가부장적인 편견에서 오는 역할 모델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며느리의 역할,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에 대한 기대에 맞추느라 나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시선을 거부하는 거죠. 그런 프레임에 갇히기보다 나의 개성과 자기표현을 찾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낯선 시선과 저항을 느낍니다. 엄마가 되어도 나의 자존감과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엄마의 역할을 미뤄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낡은 편견들이 있죠.
자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모님과 가장 큰 세대 갈등을 겪는 것은 진로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서 제가 표현했듯 부모님의 세대는 경제적 안정과 사회질서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신 반면 지금의 20대 30대들은 자아실현에 목적이 있으니까요. 물론 기성세대들이 일궈 놓은 풍요 위에서 지금의 젊은이들이 자아실현을 목표로 살 수 있으니 부모 세대에게 존경을 표하는 게 마땅하겠죠. 대화에 참여하신 사람들 중 한 분은 부모님과 진로문제로 다투다가 결국 부모님이 인정하셨다고 해요.
착한 자식이 좋은 자식이 아니고 행복한 자식이 좋은 자식이다.
이 한마디를 하시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시고, 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셨을지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요즘 아이들이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이에요. 풍요를 누린 세대들에게 더 이상 물질의 소유에 집착하기보다 높은 차원의 욕구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어떻게 더 많이 가질까?" 보다 "어떻게 돈에서 자유로워질까?"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요즘은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예요. 더 많이 벌고 쌓아두자는 것이 아니고 생계가 위협받지 않을 돈을 벌면 남은 시간은 나의 행복을 위해 쓰겠다는 자세입니다.
이런 걸 보면 세대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환경의 차이라고 보입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이 다져온 물질적 안정에 대해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어 하고 실제로 우리가 그들의 피땀 눈물 위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으니 더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님들도 강요와 명령보다는 자녀의 의견을 마음으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부모님과의 소통 문제에서는 자녀들이 조금 더 유연하게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날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큼 나도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기에 조금 더 말랑한 머리를 가진 자녀들이 부모님께 다가가는 것이 쉬울 거예요. 게다가 부모님께서 언젠가 떠나시고 나면 남은 자녀의 마음에 후회가 남을 것이고 두고두고 괴로운 건 남은 자녀가 되겠죠. 뒤늦게 후회로 남지 않게 함께 있는 동안 서로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부모님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지만 사실 부모님도 나 같은 아이가 태어날지는 몰랐을 걸요? 부모와 자녀는 서로에게 랜덤(random)인 관계잖아요. 나의 기대와 다른 부모님에게 나도 기대와 다른 자식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서로 좀 더 기대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