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의 식탁

정성과 돈으로 준비한 풍성함

by 구름조각

어버이날을 맞아 스테이크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맛있는 음식에 진심인 편이고, 맛 좋은 음식을 즐기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 오늘 같은 특별한 날은 반드시 그날의 의미에 맞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여와 같은 어버이의 은혜에 적합한 재료가 뭐겠어요? 단연코 토마호크 스테이크 고기 800g이 적합하겠죠.


스테이크 고기 밑준비

오늘은 리버스 시어링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리버스 시어링이란 단어가 생소하시겠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오븐이나 에어 프라이기로 약불에 고기의 내부를 먼저 익히고 마지막에 팬 프라이로 겉면을 그슬려 맛을 끌어올리는 방법입니다. 보통 팬 프라이로 겉면을 익힌 다음 오븐에 추가로 익히는 것과 반대인 셈이죠. 토마호크 같은 두꺼운 부위는 팬 프라이로 고기 내부까지 열을 전달하기 힘드니 오븐 구이가 필수인데 이왕 할 거면 리버스 시어링을 한번 시도해보려고요. 뭐 이렇게 명분이 있을 때 새로운 것도 해보는 거죠.


고기에는 미리 소금과 올리브유, 약간의 레몬즙을 뿌려 두었습니다. 산성인 레몬즙을 좀 뿌려두면 고기 간이 더 잘 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긴 한데,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원래는 고기 심부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블루투스 온도계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 그냥 감으로 해봅니다. 105℃ 정도로 예열한 오븐에 45분 정도, 팬 프라이는 앞 뒤면 30초 씩만 합니다. 그러니까 팬에 고기를 올리자마자 버터를 던져 넣어야 버터향을 입힐 수 있습니다. 남은 버터로는 가니쉬를 구워야겠죠.


스테이크 가니쉬

미리 말했지만 저희 가족은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고기를 먹을 때 나름의 철학도 있죠. 고기의 맛보다 곁들여 먹는 채소들이 더 중요하다. 고기는 맛은 있지만 향이 밋밋하기 때문에, 소스나 곁들임 채소로 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죠.


팬에 남은 버터로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새송이 버섯, 양파, 치즈, 파인애플, 방울토마토를 구울 겁니다.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독일에 있을 때 봄이 오니 모든 마트에서 흰 아스파라거스를 팔더라고요. 약간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보양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두릅 정도가 되려나요? 두릅처럼 봄에 올라오는 새순의 생명력을 먹는 느낌의 식재료입니다. 그냥 버터에 구워도 맛있지만, 베이컨을 말아서 구우면 더 맛있겠죠?

새송이 버섯

새송이 버섯은 옆으로 동글동글하게 썰어주면 독특한 식감이 있습니다. 세로로 길게 자르면 좀 더 쫄깃해지죠. 둘 다 맛있으니 두 버전으로 잘라서 구워줄 겁니다.

양파

고기 먹을 때 구운 양파는 빠지면 안 되죠. 양파는 몇 시간 전에 썰어서 단면에 설탕을 뿌려뒀습니다. 이렇게 하면 양파의 수분이 빠지면서 단맛이 풍부해지고 구웠을 때 캐러멜 라이즈(Caramellize)가 잘 됩니다.

치즈 & 파인애플

구워 먹는 치즈는 보통 삼겹살과 많이 먹는 것 같아요. 근데 이번에 스테이크에 곁들여 보려고 한 덩이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구운 치즈에는 파인애플이 빠질 수 없죠. 구우면 단맛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치즈와 함께 먹으면 궁극의 단짠 조합이 됩니다.

방울토마토

토마토도 구워 먹으면 맛있어요. 원래 샐러드를 할까 했다가 귀찮아서 같이 구워 버렸습니다. 2kg짜리 박스로 넉넉하게 구매했으니 남은 건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바질 토마토청을 만들려고 합니다.

대파절임

이건 주로 돼지고기를 먹을 때 곁들이는 반찬인데- 우리는 한국인이니까요?- 간장 맛이 아쉬울 것 같아서 한번 만들어 봤어요. 대파를 흰 부분만 잘라서 익힌 다음에 유리용기에 담고, 거기에 설탕 간장 미림을 섞어 부르르 끓여 붓습니다. 식초와 꿀을 더해 냉장고에서 천천히 식히면 대파의 달큰한 맛에 새콤 짭짤한 맛이 저해진 대파절임이 됩니다. 한번 먹고 나면 고기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릴드 파프리카

세상에 가니쉬가 아직 안 끝났네요. 석쇠에 올려 겉면을 태운 다음 껍질을 벗긴 파프리카를 올리브 오일에 재워 뒀습니다. 요리 프로그램 보면 종종 이렇게 파프리카를 조리하더라고요. 맛보니 파프리카의 은은한 단맛이 있습니다. 빨갛고 노란색이 플레이팅 했을 때 색감도 많이 살려주겠죠.

시나몬 버터 고구마

이건 레시피도 없이 그냥 감으로 해봅니다. 마트에서 해남산 밤고구마를 사 왔거든요. 구워서 으깬 다음 버터 한 조각과 소금, 설탕, 시나몬 파우더를 넣고 섞어줬습니다. 일단 반죽 자체는 맛있어요. 냉동 쿠키처럼 반죽 모양을 잡아 얼린 다음 한 토막씩 썰어서 오븐에 구워줍니다. 여기 위에 피자치즈를 올려도 좋겠네요. 저는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를 뿌렸습니다.


스테이크 소스

소스는 시판 소스를 사용할 건데요. 여기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좀 더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생각난 김에 족발집에서 나오는 꿀마늘 소스를 한번 만들어 봤어요. 족발집 맛보단 좀 덜 단데요. 아무래도 족발집에는 사과 같은 것도 갈아 넣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마늘을 올리브유에 은은하게 볶다가 설탕, 물엿, 꿀, 레몬즙을 넣고 섞어 줬습니다. 이것도 냉장고에 넣어 천천히 식혀줍니다. 요리 팁을 하나 드리자면, 조림이든 찌개든 끓어오르다 식는 과정에서 맛이 배여 들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살짝 식혀서 다시 데우는 게 깊은 맛이 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이래서 하루 묵은 카레가 더 맛있는 거죠.


※ 이렇게 차려놓고 샐러드 대신 물회를 만들었습니다. 밀치가 남았는데 아까워서 후딱 물회 소스를 만들어서 곁들였더니 연어 샐러드 같은 느낌이네요. 스테이크를 먹고 느끼한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느낌이 납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주방이 초토화가 되었어요. 와인 한 잔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설거지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세판인데 제가 졌네요...다들 즐거운 어버이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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