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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진상열전(2)-외부음식 편

늘 선을 넘는 게 문제다.

by 구름조각 Apr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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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진상열전 (1) 주차장편


 스타벅스에는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하다. 기준은 '냄새가 너무 심하지 않은 것'인데, 이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현장에서 일하는 파트너들은 암묵적으로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음식 종류는 허용한다. 샌드위치, 케이크, 과일, 푸딩이나 간단한 스낵류들은 고객들이 가져와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2017년 스타벅스 코리아 공식 트위터 계정에 발표한 외부음식에 대한 입장문.

1. 과일

 과일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과도까지 가져와 매장에서 깎아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카페 공간을 자기 집 거실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중년 여성 일행은 과일도 깎아 먹고 신나게 수다를 떨다 집에 갔다. 그는 쟁반 위에 수북한 과일 껍질과 과도를 남기고 갔다. 알뜰하게 챙겨 온 과도를 두고 가시다니요 고객님, 과도 꼭 찾으러 오세요. 다음에도 과일 깎아 드실 거면 껍질은 가져가시고요.


2. 분식류

 카페에서 김밥, 핫도그, 만두, 떡볶이 냄새가 난다면 어떨까? 


 김밥에 바른 고소한 참기름 냄새는 커피 냄새를 뚫고 코를 자극한다. 핫도그도 마찬가지. 특히 기름에 튀긴 후 시즈닝과 소스를 잔뜩 뿌린 **핫도그 냄새는 너무 심하다. 그런데 핫도그를 먹는 손님은 스타벅스 매장에 소시지롤빵도 파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이게 다 '냄새가 너무 심하지 않은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 때문이다. 


 어느 날은 갑자기 매장에서 떡볶이 냄새가 났다. 구석진 자리에 까만 비닐봉지 사이로 떡볶이를 집어먹는 손님이 있었다. 직원과 눈 마주치자 모른 척 고개를 돌리던데, 냄새만은 절대 모른 척할 수 없다. 아참, 고기만두를 먹는 손님도. 만두는 냄새가 정말 강한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에 싸여 있다고 냄새까지 가려지지 않는다고!


3. 햄버거

 맥도널드 햄버거를 가져와 쿨라임 피지오와 함께 야무지게 먹는 커플이 있었다. 아... 맛잘알 고객님인가? 쿨라임 피지오와 맥도널드 햄버거가 잘 어울릴 것 같긴 하다. 다만 햄버거 소스와 고기 패티 냄새가 너무 심했다. 이런 손님을 제지하면 높은 확률로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샌드위치는 되는데 햄버거는 왜 안 돼요?"


 냄새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스타벅스 샌드위치들이 있다. 고기패티 냄새가 진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꼬릿한 치즈가 잔뜩 들어간 크로크무슈, 튀긴 치킨이 들어간 별의별 샌드위치도 있고, 발효한 양배추를 넣어서 김치 같은 냄새가 나는 루벤 샌드위치도 있다. 이런 샌드위치들도 파는데 햄버거는 냄새가 심해서 안된다고 설득할 수 없다.  


4. 이유식

 아기는 이유식이나 쌀과자 같은 것들을 먹어도 된다. 그렇지만 아기들이 뱉어놓은 음식이나 토사물을 대충 휴지에 구겨 트레이에 올려 두고 가는 건 선을 넘는다. 아기가 물고 빨다가 눅눅해진 뻥튀기도 쟁반 위에 올려놓고 가는 손님이 있다. 


 코로나 이후 감염병 예방을 위한 규정이 엄격해졌다. 아기일지라도 토사물이나 분비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기라고 토사물을 대충 버렸다간 다른 손님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거 명심해 주길 바란다.


5. 술

 몰래 가져온 소주를 마시는 손님이 있었다. 그것도 매장용 컵에 담아서. 직원 몰래 2층에서 마신 모양인데, 다른 손님 제보를 받고 곧장 제지하러 갔다. 그 사이 눈치 빠른 이 음주 빌런은 앉은자리에 컵과 쟁반을 두고 도주했다. 남은 컵에는 소주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전 세계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외부음식을 반입할 수 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방문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고 스타벅스 관계자가 말했다. 


<출처>


 스타벅스에서 일하기 전이라면 '오... 그럴싸한데?'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현장에서 일해보니 자의식 가득한 허세로 들린다. 


 그럼 김밥과 떡볶이 냄새가 나는 매장은 한국 문화를 반영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고, KFC치킨과 빅맥 냄새가 나는 건 미국 문화를 반영하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인가? 카페에서 커피 향과 각 나라의 음식 냄새가 뒤섞이는 것이 스타벅스가 말하는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행위인가?


 카페는 근본적으로 커피와 음료를 파는 곳이다. 그런데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애매한 규정이 손님과 바리스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음식냄새에 괴로워하고 외부음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손님과 마찰이 생긴다.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이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텐데도 개선하지 않을 모양이다.


 아, 혹시 스타벅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모으는 중인지도 모른다.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제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불쾌함을 주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모아 국가와 지역별로 시민의식 지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곧 등장할 AI바리스타의 학습자료로 이용될 것이다. 왠지 스타벅스라면 가능할 것 같다. '오... 그럴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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