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자아와 나를 분리해야 오래 일한다.
회사 전용 페르소나를 만드세요.
우리의 자아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를 가집니다. 고대 그리스의 가면극에서 쓰는 가면을 일컫는 페르소나라는 단어의 뜻처럼 사회생활에서는 가면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가면을 쓴다고 해서 진실한 내 모습을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존재는 그대로여도 역할에 따라 잠시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마케팅 기법 중 고객의 페르소나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기법을 이용해서 회사 안에서 당신이 쓸 페르소나의 인격을 새롭게 창조해보세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그 배역을 충실히 연기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겁니다. 무료한 회사 생활이 매일 무대에 오르는 것과 같아집니다.
입사 초반 회사의 자아와 나의 자아가 너무 가까웠다. 회사에서 기획이 엎어지면 내가 엎어지는 것 같고 고생해서 집행한 광고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 자신이 실패한 것처럼 느꼈다. 감정 표현은 또 얼마나 솔직한지 낙심한 것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
"괜찮아요? 생각이 너무 많아 보여요."
회사 동료가 걱정해준 날 깨달았다. 회사일과 나를 분리해야 오래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회사에서의 실패가 나의 실패가 아니고, 회사에서의 성과가 나의 성과가 아니다. 조금 초연해지고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감정소모 없이 일할 수 있다. 잘하고 싶은 의욕이 과해서 초조해질 찰나에 오히려 느슨해지기를 선택한 것이다.
기획 방향이 잘 못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그럼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커피부터 한잔 마신다. 다시 기획안을 쓰려면 카페인부터 채워야 하니까. 그렇게 한 숨 돌리고 지난 아이디어를 뒤적이다 보면 또 괜찮은 아이디어가 걸려 나올 때가 있다. 그러니 자료는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작성하라는 거다. 자료를 읽는 사람에는 지난 메모 더미에서 쓸만한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이는 미래의 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우가 배역을 분석해서 자기 나름의 설정을 덧붙이듯, 나도 회사의 자아를 다르게 설정했다. 회사에서의 나는 일단 MBTI가 ENFJ이다. 열정과 카리스마가 넘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독서 모임도 제안하고 외부 교육과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회사를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주눅들지 않고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소개한다.
그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려울 때도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고 싶다. 중요한 가치관은 열정, 열의, 열망! 뜨겁게 타오르지 않는 삶은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을 더 나은 삶을 살게 할때 행복을 느낀다.
주말의 내 모습은 고양이랑 침대와 소파에서 뒹굴거리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나 읽는 집순이지만 뭐 어떤가. 회사에서의 나도 건강하고, 집에서의 나도 건강하다. 우리는 서로 한 몸을 나눠 쓰면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다. 아 지금 글을 쓰는 나는 작가로서의 자아인데, 자기만의 길을 가기로 한 아주 독창적인 30대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