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늘 인수인계한다는 마음으로 자료를 작성하세요.
회사에서 만드는 모든 자료는 다른 사람들이 읽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 주세요. 다른 사람이란 오늘 막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도 해당됩니다. 언제라도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가 가능할 정도로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 자료를 작성하세요.
프로젝트에는 제목과 관련자료, 프로젝트의 기한과 담당자를 명시해야 누가, 언제, 왜 이 일을 했고 어떻게 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료를 작성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기도 쉽습니다. 회사의 자료는 자신이 하는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동시에 회사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조선시대 사관처럼 있었던 모든 일을 받아 적을 필요는 없지만 회사의 모든 사람이 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처음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열흘정도는 기존의 자료를 살펴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무수한 기획이 시작되었다 좌초하고, 많은 자료들이 틀을 갖추려다 흩어진 흔적들을 목격했다. 그 안에서 내가 읽은 것은 그동안의 고군분투였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시스템을 만들려고 애쓴 흔적들이 회사의 자료들에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안에서 꽤나 효과적인 체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체계도 있었다.
https://youtu.be/J57 p9 qCPYaQ
그때 미생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장백기가 회사의 엑셀 파일을 작성하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효율적인 양식으로 만들어오자 사수가 계속 무시하던 장면이다. 그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지키고 있는 약속의 중요성을 알려주려 한 것이다. 보고서든 발표든 모두가 이해하는 양식이 있고 그 안에 필요한 내용을 넣어야 다른 사람도 업무를 파악하기 쉽다.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한 나는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이 자료를 생전 처음 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양식이 내용을 압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공유해야 할 내용이 있다. 적어도 각 자료마다 자료를 제작한 사람, 생성일, 목적이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노션을 사용해서 업무 자료를 공유하기 때문에 페이지를 생성할 때마다 페이지를 생성한 사람, 생성일, 공유 권한, 최종 편집자와 최종 편집 일시 정도는 동일하게 작성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이 페이지를 누가 제작했고 누구와 공유하기 위해서이고 언제 마지막으로 편집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이 제작한 자료가 모두의 자산이 될 때, 자신의 업무도 인정받고 다른 사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마 대기업에선 이보다 더 복잡한 양식과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언뜻 이해할 수 없고 비효율적으로 보여도 모두가 공유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공용의 언어가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양식과 시스템이 굳어지기까지 많은 고민들과 노하우가 축적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 이해하는 시스템이 있을 때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소통이 원활해진다.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는 글이 좋은 글이다. 회사 자료도 마찬가지. 오늘 당장 신입이 들어와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료를 작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