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은 요구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라고 배웠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미팅에서 시간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죠. 그런데 상대방이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배운 적이 있나요?
화를 내지 않고 예의를 지키면서도 상대의 존중을 요구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거나 손해를 보고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어요.
사회에서 나의 관대함이 상대의 무례를 허락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명심하세요. 존중은 요구하는 만큼 얻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신뢰이고, 신뢰의 기본은 시간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상대의 시간만큼 내 시간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기자로 일하면 인터뷰를 위해 기업을 방문하는 일이 많다. 그날 A회사 대표와 3시에 인터뷰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당일 오전에 급한 미팅이 있다며 30분 뒤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3시 30분에 A회사에 도착했는데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30분을 더 기다렸다. 결국 4시가 넘어서야 인터뷰를 시작했고 마치고 보니 6시.
그날 저녁 회식이 있었는데 늦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다 A회사의 대표가 회의가 길어져서 기다리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장님께서 매우 불쾌해하시는 게 아닌가?
"이미 약속을 했는데도 30분이나 기다리게 한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야! 그런 경우엔 기다리지 말고 인터뷰 취소하고 왔어야지?"
그런데 내 생각에는 되려 그를 만나러 간 시간을 생각하면, 인터뷰를 취소하는 게 더 시간을 낭비하는 선택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납득을 못하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고생해서 인터뷰하고 왔는데 왜 저렇게 말씀하시는 거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아마 속내가 고스란히 읽혔을 거다.
다음날 국장님이 따로 불러 말씀을 하셨다.
"네가 인터뷰를 하러 갈 때는 우리 매체사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현장에서 30분이나 기다리게 한 것은 너를 존중하지 않은 태도야.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야. 다음부터 그런 일이 있으면 인터뷰 취소해도 된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막아줄 거야."
국장님의 말씀이 큰 가르침을 줬다. 상대방의 시간이 소중하다면 나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것을. 내가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방도 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례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은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 업무상 만나는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만 배웠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상대에게 존중을 요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후로 무례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굳이 화를 내거나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호구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A회사는 어떻게 됐냐고? 우리는 앞으로 A회사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기로 했다. 시간 약속도 못 지키는 기업의 소식을 알려줄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