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혼인하여 여자의 짝이 된 남자'라는 뜻입니다. 즉 결혼을 해서 얻은 지위입니다. 한번 획득하면 헤어지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하지만 '좋은 남편'은 주식, 금리처럼 순간순간 변하는 상태입니다. 어제의 좋은 남편도 오늘은 그냥 남편, 내일은 나쁜 남편이 될 수 있지요.
결혼해서 남편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남편'이라는 지위보다는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물건 하나도 품질관리가 쉽지 않은데, 가끔은 품질개선 요구도 받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좋은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요.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나름 대로, 조금 고민을 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남편의 조건(이라고 하기엔 조금 삭막하지만.. 달리 좋은 표현을 아직 못 찾아서요)의 첫 번째 이야기는 '신언서판(身言書判)'입니다. 중국 당나라 시절 관리를 뽑는 4가지 기준인데 인물이 좋고, 말을 잘하고, 글씨를 잘 쓰고, 판단이 정확해야 한다는 겁니다.
신(身)
'외모'가 아니라 '건강'을 말합니다. '현재' 보다는 '미래'를 말하는 것이고요. 좋은 외모는 부모님께서 주신 것이지만 좋은 몸매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래오래 행복하려면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 합니다.
언(言)
좋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달달한' 표현이 아니라 '건강한' 표현을 잘하면 좋겠습니다. 기쁨을 충분히 느끼려면 슬픔이 필요하듯,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애정 표현도 잘하면 좋겠지만, 분노도 슬픔도 잘 표현하고.. 무엇보다 사과도 잘했으면 합니다.
서(書)
글은 기록이고, 기록은 기억을 지배합니다. 가족은 잠깐 만나서 헤어지는 관계가 아닙니다. 자녀가 있다면 집안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집니다. 편지를 쓰고, 사진을 찍고.. 그 기록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언젠가는 기록이 추억이 되고, 추억은 '가족애'의 원동력이 되니까요.
판(書)
결혼을 한 순간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같은 새롭고, 어색하며 어려운 질문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 판단이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첫 단추가 잘 꿰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긴 호흡'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남편의 조건을 이야기를 하는데 옛날 관리자 채용 기준을 말하는 것이 조금은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가정을 국가 또는 기업으로 본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관점이 아닐까요. '좋은 남편'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제 자신에게 그리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 남편들에게.. '아직은'이지만 '언젠가'될 수 있다고 말해봅니다.
Small things often.
* '백마탄 왕자'가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