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결과주의 아빠였다.

by 좋은남편연구소

여름부터 딸아이가 줄넘기를 연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성공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이 줄넘기 연습 좀 시켜주면 좋겠는데.. 친구들은 다 하는데 본인만 못하니까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라고 하더군요.


네발 자전거의 성공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아이와의 좋은 추억을 쌓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알았어요'라고 쿨하게 대답을 하고 주말에 딸아이와 단 둘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자전거와 줄넘기는 다른 세상이더군요. 양손에 쥔 줄을 머리 뒤로 넘기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점프를 해고 다시 줄을 넘겨야 하는.. '종합 예술(?)'에 가까웠습니다.


몇 번을 해도 딸아이는 줄을 넘기고 나서 점프를 했습니다. 조금 더 빨리 뛰라고 하면 줄을 빨리 넘겨서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왼손 만으로 줄을 돌렸다가, 오른손 만으로 줄을 돌리고 양손으로 줄을 넘겨봐도.. 본인의 모습을 슬로 모션으로 촬영해 보여주면서 설명해도 진도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곱 살 소녀는 주변에 사람이 지나가면 연습을 멈추고 쭈볏쭈볏했습니다. '못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잘하는 것만 하려는 마음'은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이 신경 쓰이는 건 이해한다', '아까보다 많이 좋아졌다',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등등 아이의 마음도 살피고,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흘렀고...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연습 중인 부녀를 발견한 아내가 "어머, 아직도 연습하는 거예요?" 라며 다가왔습니다. 엄마를 본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면서 "으앙~ 엄마 연습 그만할래요.. 나는 그만 하고 싶었는데.."라며 울더군요. 아내는 '지금까지 연습하다니 대단하다'면서 아이를 진정시키고 올라가자 하더군요. 저는 '아직 1개도 성공 못했는데..'라며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에게 "은서야,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해. 오늘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다음엔 너무 오래 연습 안 할게."라고 말했고, 아이는 "네, 알았어요. 다음에 또 해요."'라며 대답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 전화 영어 선생님에게 오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딸에게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놓고는 정작 나는 좋은 아빠라는 결과를 원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과정(인내, 용서, 이해, 수용..)은 슬쩍 피하거나 건너뛰고서는 짠! 하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그제야 보이더군요. 선생님은 '너는 정말 좋은 아빠야'라고 응원하고 격려해줬지만.. 어깨가 1cm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에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아빠가 되는 과정이 더 중요해. 오늘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아니.. 점프를 먼저 해야 한다니깐... ㅠㅠ


ps. 그 후로 딸아이는 줄넘기 연습은 엄마랑 하고 싶다고 했다는군요. 허헛..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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