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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21. 2023

부부회화 : 아빠가 엄마한테 자주 하는 말이 뭐야?

얼마 전 휴일 오후, 온 가족이 모여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아이 앞에서 TV와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모습을 보여줘서 일부러 소파에 앉아서 책을 좀 폈는데, 결국 다시 TV 리모컨을 들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기억하는 제 모습이 부디 'TV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면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쉽지 않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내가 집에서 어떤 말을 자주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혼자서 나는 이럴 것이다, 아내는 이럴 것이다, 아이는 이럴 것이다. 생각하지 말고,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하는 행동'은 답이 나와있는 것 같아서 도저히 물어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나 : ㅇㅇ야, 아빠가 엄마한테 자주 하는 말이 뭔거 같아?

딸 : 음.. 글쎄..

나 : 아빠가 엄마한테 자주 하는 말이 없나?

딸 : 아.. ㅇㅃㄷ (이렇게 초성으로만 말하더군요)

나 : 그리고 또 없어?

딸 : 어.. 그리고.. ㅅㄹㅎ?


순간 뿌듯했습니다. '내가 아내에게 예쁜 말을 자주 했구나, 아이도 그런 모습을 잘 보고 있구나,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끼쳤으면 좋겠다..' 등등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나 : 그럼 ㅇㅇ한 테 아빠가 자주 하는 말은 뭐야?

딸 : 음.. 좀만 쉬고?

나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딸 : 아빠한테 같이 놀자고 하면 아빠가 '좀만 쉬고'라고 하잖아.

나 : 아.. 그렇구나..


뿌듯함은 무안하고, 미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아.. 한 가지만 보고, 한 가지는 놓쳤구나..' 싶었습니다. 


올해 열 살(6월이 되면 다시 여덟 살로)인 딸아이가 여전히 주말엔 저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놀이'때문에 필요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딸에게는 '같이 놀자'라는 말을 자주 하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해보려 합니다. 내일부터..


Small things often.


주말에 아빠랑 재밌게 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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