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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Dec 22. 2023

공주임이 좋아하는 건

라이벌의 등장?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차 안의 공기는 묘하게 바뀌었다.


'과장님 차만 타면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긴단 말이야.'


미소는 안전벨트를 손에 쥔 채 전방만 주시했고, 한과장은 애꿎은 핸들을 만지작 거렸다. 고요한 정적을 깬 건 준혁이었다.


"혹시......"

"네?"

"파스타 좋아해요?"

"네. 뭐 아무거나 잘 먹어서."


'내가 이 가게 예약하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아무거나 잘 먹는다니 무슨 대답이 이래.'


"나는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다 잘 먹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거죠?"

"사실 파스타는 좀 느끼하더라고요."


'공주임은 파스타를 안 좋아한다. OK.' 그럼 두 번째 선택지로 간다.


"그럼 삼겹살은 어때요?"

"삼겹살에 소주! 크으! 딱 좋죠."

"좋아하냐고요?"

"좋아하죠. 남에 살이 제일 맛있다니까요."


미소가 뭘 좋아할지 몰라 총 3가지 선택지를 골라놓았다. 뭘 좋아하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핫팩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제대로 묻질 못했다. 이것 때문에 족히 10분은 까먹었다. 준혁은 엑셀을 조금 더 세게 밟았다.


"어서 오세요."

"과장님. 여기! 은돼지 식당 아니에요? 예약하기 정말 빡세다던데."

"안 빡세던데."


사실 빡셌어. 힘들었어.


"들어가죠."

"어? 김대리님?"


이건 또 무슨 소리. 김대리가 여길 왜.


"대리님!"

"공주임. 저기 잠깐만 공미소!"


자신은 돌아보지도 않고 김대리를 향해 가는 그녀를 붙잡지 못한 준혁은 누가 잡아당기듯 입이 한가득 나왔다.


'김대리 이 자식 왜 여기 있는거야. 왜! 하필 오늘. 후......'


준혁은 점원이 안내해 준 자리로 이동했다. 가슴이 갑갑해져 차가운 물을 콸콸 따라 마셨다. 주먹의 힘줄이 튀어나오도록 강하게 집게를 잡았다.


'칙' 불판에 고기를 구우며 구시렁거렸다.

'공미소 오기 전에 내가 다 먹어버릴 거야. 더 시켜주나 봐라.'


준혁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기분이었다. 김대리를 어떻게 조질까 생각하는 중에 미소가 돌아왔다.


"과장님. 김대리님 못 보셨어요? 왜 그냥 가셨어요? 인사라도 하시지."

"김대리랑 내가 왜 인사를 합니까?"

"같은 회사 직원이잖아요."

"여기 회사 아닌데."

"그런 게 어딨 어요? 그럼 여기 회사 아니니까 과장님이라고 안 불러도 되나요?"

"그러던가."

"뭐야. 원래 야자타임은 하는 게 아니랬어요."

"왜요. 불러봐요. 이름. 회사 아니잖아."

"저기. 한.준.혁......과장님"

"훗!"

"고기타요."


말없이 고기를 뒤집는 준혁의 속이 뒤집어졌다.


'되는 일이 없네.'


준혁은 잔뜩 기대한 마음을 접고 말없이 고기를 뒤집었다.




*여기서 잠깐 !

조지다. 욕이 아니에요.


'조지다'는 '일정한 일을 망치다'라는 뜻의 표준어입니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


ex) 조저서 미안 → 일을 망쳐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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