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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Dec 27. 2023

알코올은 사랑을 싣고

소맥은 사랑입니다.

'칙' 고기 익어가는 소리가 미소의 오감을 시킨다.


". 이거지 이거. 자, 지금 뒤집!"

"훈련시킵니까?"

"아니요. 적당한 때에 뒤집어 줘야 제맛이 난다니까요. 이리 줘보세요."


집게를 쏙 뺏으러 오는 미소의 손이 준혁의 손을 스친다.


"답답해서 원."

"잘하고 있는데 왜 뺐습니까?"

"이거 봐. 다 탔잖아요. 이때 뒤집어 줘야 한다고요. 후~"

"속 타는데 맥주라도 시켜줘요?"

"진짜요? 먹어도 돼요? 저는 소맥 아니면 안 먹는데."

"그건 공주임이 알아서."

"아싸! 여기 참이슬 한 병하고 캘리 주세요."


미소는 소주와 맥주를 받아 들고 신이 났다.


"제대로 말아줘야지. 과장님은? 아 맞다. 차 가지고 오셨지."

"술 안 먹는데."

"대박. 말도 안 돼. 과장님 술 잘 드시는 거 아니었어요? 지난번 회식 때 엄청 드시던데."


'그땐 미소 네가 김대리랑 붙어 있어서 홧김에 먹은 거.'


"그때는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평소에도 화가 많으시지. 우리 과장님."

"고기 타네요. 공주임."

"네네. 뒤집습니다."


미소는 고기를 구우며 소맥을 홀짝 거렸다. 따뜻한 실내여서 그런가. 핫팩의 여운인가. 머리가 핑하니 돌더니 앞에 앉은 한과장이 두 명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끅. 한과장님. 솔직히 말해보세요. 저 맘에 안 들죠?"

"내가 왜 공주임맘에 안 들어합니까?"

"그냥요. 맨날 나갈구잖아요."

"갈궈요? 내가요? 일 가르쳐 주는 게 갈구는 겁니까?"

"그러잖아요. 잘 알려주면 되는데. 매일 이랬습니까? 이것밖에 못해요.라고 하시잖아요."

"그럼 잘하던가."


준혁은 불그스름해 미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핫팩의 여운이 아직 허벅지에 남아있는데 공미소는 얼굴로 미인계를 쓴다. 하얀 얼굴은 술이 들어가자 더욱 하얗게 변했다.


"취했네요. 공주임. 그만 일어나죠."

"아니요. 안 취했어요."

"취했네요. 옷 입게 일어나요."


미소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준혁의 앞을 알짱 알짱거렸다.


"조심!"


공주임의 머리 준혁의 어깨 위로 풀썩 박혔다.


"공미소! 정신 안 차릴......"


미소의 머리카락이 준혁의 얼굴에 닿아 간지럽혔다.


"공주임. 제발 좀."


'이건 플러팅이 확실하다. 알면서 이러는 거지 공미소!' 하는 수 없이 준혁은 공주임의 허리를 안고 고개를 어깨로 떨어뜨렸다. 비틀비틀 걷는 미소를 데리고 간신히 1층으로 내려와 계산을 했다.


'후. 미치겠네.'


미소의 어깨가 준혁의 가슴 아래로 하강하고 있던 차에 저 멀리 재수 없는 실루엣이 보였다.


"조져야 할 놈이 제 발로 걸어오네."


한과장은 김대리를 매의 눈으로 노려보았다.




※ 글굽는 계란빵은 소맥은 한 잔도 못하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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