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들은 한 번쯤은 다녀간 곳이라 김대리는 오자마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신나게 셀카를 찍으려는데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한과장과 공미소 조합 무엇? 왜 둘이 같이 오는 거지? 의아한 눈으로 쳐다는데 한과장은 그 눈을 피했고 미소는 자기 쪽으로 달려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김대리님. 여기 웬일이세요?"
"공주임이야 말로 여기 나 있는 거 어떻게 알고?"
"농담도 참. 한과장이 저녁 사라고 해서 끌려왔어요."
미소는 속삭이듯 김대리에게 말했다. 그때 어디선가 스산한 눈빛이 느껴졌다.
'누가 레이저를 쏘나.'
2층을 올려다보자 한과장이 태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태주는 신경 쓰지 않고 미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공주임. 근데 과장님한테 약점이라도 잡힌 거예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미소에게 말했다.
"아니요. 약점은 무슨. 과장님께 신세 진 게 있어서요. 저 그럼 이만 올라갈게요.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미소는 평소와 다름없이 해맑은 얼굴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상하단 말이야.'
한준혁. 키 182cm. 날렵한 눈빛과 키에 걸맞은 체격. 얼굴, 실력 누가 봐도 우리 회사 에이스. 입사 후 맡은 프로젝트는 죄다 성공시켜 승승장구. 한 간엔 대표 아들이라는 소문도 있었지. But, 신도 모든 것을 주지는 않는다지. 성격이 dog 같아서 고백하는 여직원에게 악담을 날리기 일쑤. 다시는 얼굴도 마주치기 싫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그런 한과장과 공미소 조합은 대체 뭐냐고! 설마. 아니겠지.'
태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미소와 준혁이 2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비틀거리는 게 이상해서 미소를 부축하러 달려갔다.
"어? 김대리님! 저 하나도 안 취했어요."
"그래요?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김대리의 목소리가 한과장의 귀에 꽂혔다.
"보시다시피. 안녕 못합니다."
준혁은 고개를 까닥이며 미소 쪽을 향했다. 미소는 점점 한 과장의 단단한 가슴팍에 머리를 비벼대고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매일 운동한 건 아닌데'
"과장님. 저 안 취했다니까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든 미소가 한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김대리와 눈이 마주친 미소는 김대리 쪽으로 가려다 한과장에게 붙잡혔다.
"그쪽이 아니라 이쪽."
한과장은 비틀거리는 미소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준혁은 태주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때마침 태주의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한과장이 입을 열었다.
"김대리. 뭐 합니까? 일행이 부르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는 들은 척 마는 척. 김대리는 잠시 미소를 짓다가 준혁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친한 친구들이라 이해할 겁니다. 안 가봐도 괜찮습니다."
태주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한과장을 다시 바라보았다. 두 마리 맹수가 서로 노려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미소 머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준혁의 가슴팍을 점점 더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