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다 쓰면 알 수 있을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나만 힘들게 사는 것 같지?
열심히 사는데 바뀌는건 없고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 움츠리고만 싶다.
2023년 12월 27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출근 준비를 했다.
도시락을 싸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김치통을 꺼내려는데 손이 미끄러져 와르르 쏟아졌다.
하얀 냉장고는 순식간에 벌건 김칫 국물로 뒤덮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화장실로 달려가 발을 씻고 나서 행주를 집어 들었다. 냉장고를 닦고 또 닦았다. '삐삐삐' 문을 닫아달라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잠에서 깬 엄마가 거실로 나오셨다. 나는 김치통을 엎었다며 엄마에게 투덜댔다. 말을 하면서 꾹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진짜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다 때려치우고 싶어."
모진 말을 쏟아냈다. 밥을 하러 나오신 엄마도 놀라셨는지 나를 다독였다.
"그런 날도 있는 거야. 엄마도 가끔 그래. 아침이니까 기분을 바꿔버려!"
엄마의 말을 들었는데도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다 거짓인가. 고생 끝에는 고생만 남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왔다. 출근해야 하는데, 속상한 마음으로 쿠션으로 얼굴을 두드리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피클병이 따지지 않는다며 화를 냈던 연애시대 은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왜 나만 이래? 내가 뭘 잘못했는데!
삶이라는 게 오늘 하루 열심히 산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이런 작은 일 하나에도 무너지는 나약한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무너진 멘탈 덕에 내 하루는 조금 더 무겁다. 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으니 점심에 산책을 나가본다. 걷다가 문득 계란빵을 먹고 싶어졌다. 계란빵이 나의 마음을 녹여줄 것만 같아서.
비가 부슬 부슬 오는데도 계란빵 아저씨는 그 자리에 계셨다. 다행이다. 계란빵마저 없었으면 더 속상할 뻔했는데. 진짜 계란빵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삶이라는게 내가 정해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매일 나의 허들을 넘으며 살아가는데도 늘 만나는 높은 벽 앞에서 맥을 못추니까 말이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적당히가 안되는거야? 만족할 순 없는거야?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나는 적당히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이 글을 다 쓸 때쯤 나는 알 수 있을까?
그 적당히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