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시댁과 친정을 오갔습니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다행이었죠.
양가를 오가며 힘들었는데 어제야 비로소 편안한 집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이틀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낀 것들이 생각나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어머님이 치매를 진단받기 2년 전까지 손수 제사를 준비하셨어요. 장사와 함께 집안일까지 하시려니 몸은 늘 성한 곳이 없으셨습니다.
늘 어깨 통증은 달고 사셨고 예민하신 탓에 명절이 돌아오면 더 일찍 일어나셨으니까요. 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드신 이후로 점점 기력이 쇠약해지셨어요.
약만 드시면 토하고, 매일 누워있기를 반복하셨죠.
작년엔 특히 증세가 더 심해서 남편과 형님이 번갈아가며 주말마다 시어머니를 간호하며 반찬도 나르기도 했습니다.
놀부 며느리라 반찬 한번 챙겨다 드리지 못했네요. 뭐가 그리 바쁜지 전화 한 통 잘 못해드린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몸이 점점 쇠약해지시니 설 명절 음식은 남편과 저 그리고 형님의 몫이 되었습니다.
국 끓이기, 만두 하기, 잡채, 동태전 기타 등등의 요리를 함께 했어요.
평소 같았으면 어머님이 놓아주신 밥상에 숟가락만 탁 올리면 끝났어요.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완전 바뀌어 버렸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가뜩이나 불편한 시댁에서 온갖 음식을 하다 보니 음식이 끝날 때까지 엉덩이 한 번 바닥에 붙이기 어렵네요.
"어머님은 이 많은 걸 혼자 어떻게 하신 거지?"
예사로 알았던 음식 장만을 하나부터 열까지 하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네요. 평소 음식을 하지 않았던 저이기에 더 힘에 부치더라고요.
출산의 고통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낳아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알 수 없듯,
어머님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자신의 빈자리가 커져 자리가 없어질까 불안하셨는지 연신 이리 해라 저리 해라. 뭐 도와주랴. 하신 어머님.
잔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싶으신 어머님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아파지네요.
자기의 병이 왜 자기에게 찾아왔는지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을 겪고 계실 어머님.
그 자리를 지키려, 자식들을 돌보며 적당히를 모르셨던 세월들.
이번 설은 어머님의 빈자리를 몸과 마음으로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저를 기억하고 잔소리를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씩 잊어주시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