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굽는 계란빵 Jan 21. 2024

아프고 힘들 땐 적당히만 참자.

참는 게 일상인 나에게.

10년 전 산후조리원에서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남편에게 출근을 해야 하니 방을 따로 쓰자고 먼저 제안을 했었다. 


남편은 따로 자자고 하니 흔쾌히 승낙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데 상황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아들은 알람시계처럼 2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울어댔다. 나는 밤새 수유를 하고 아침에 자는 날이 반복되었다. 


하루는 아들이 너무 울어서 우유를 먹이려고 하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아들 허리가 꺾여서 뒤로 넘어간 일이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러다 애 잡겠구나. 무슨 배짱으로 남편을 자라고 한 건지 그 순간 울컥하더라.


애기를 기르면서 제일 힘든 게 바로 잠이 부족한 것이다. 매일 밤중 수유를 하니 너무 힘들다. 남자에게도 젖을 좀 주시지 원망스럽다..그것만 아니면 참을만하겠는데......오늘도 밤이 무서워진다 ㅠㅠ

2014. 8. 25. 계란빵 블로그 중


살면서 그럴 때가 있다. 지금의 나의 힘듦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랄 때. 회사에서건 집에서건 '나 지금 힘들어. 제발 알아줘!'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 징징대는 것 같아 말로 다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마음은 더 그렇다. 누군가에게 아프다 털어놓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마음이 아픈 것도 교통사고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로 치료를 해야 한다.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안으로는 아프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밤에 잠을 자는데 갑자기 엄청 배가 아팠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이어졌다 아니 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몇 번 생각했다. '남편을 깨워야 할까?' 같이 자고 있었다면 깨우지 않아도 알았을 텐데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깨우지 말자.' 생각하고 누웠는데, 좀 서럽더라. 


말해봤자 소용이 있겠어. 생각이 들다가도, 깨워서 말해볼걸. 그랬다면 아침에 조금 덜 아팠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같이 방법을 찾아봤을 텐데 하고 말이다.


회사 동료, 아들을 받아주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나는 잘 참는 편이라고요. 

맞다. 나 진짜 잘 참는다. 치과 마취 주사도 잘 참고, 아이 낳을 때 무통 주사도 안 맞고 낳았다. 


사실 아픈 걸 말하기 싫은 이유는 무엇보다 누구한테 기대기가 싫어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기대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젠 적당히 아프면 참지 않으려 한다. 누가 잘 참는다고 이야기 들을 일이 없게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말해야겠다.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나 정말 아파.' 하고 말이다.


오늘도 적당히가 안 되는 당신에게 외친다. 


'적당히만 참아!'


이제 참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