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다가온 준혁의 입술에 미소는 머리가 멍해졌다. 보드라운 입술이 닿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준혁의 큰 손은 떨리는 몸을 꼭 붙들었다. 자신에게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하도록 찰싹 붙였다.
"과장....."
입을 떼려는 미소의 입을 조금 더 세게 안았다. 준혁의 측좌핵은 미친 듯이 도파민을 분비했다. 그럴수록 그의 손은 더 과감해졌다. 등을 쓸고 허리로 옮겨갔다. 잘록한 그녀의 허리가 한 손에 잡혔다.
'앗'
크고 따뜻한 손이 지나갈 때마다 미소의 몸이 살짝 떨렸다. 준혁의 손이 이윽고 허리에 닿자 미소의 손이 준혁의 손을 막았다. 더 이상 내려갔다간.
"여긴 안......."
미소의 입술은 딸기맛, 포도맛, 사과맛으로도 변했다. 그도 모르게 젤리를 씹듯 미소의 말랑한 입술을 살짝 씹었다 놓았다.
"아. 아파... 요."
이성을 잃은 준혁의 뇌에 LED 등이 켜졌다. 간신히 미소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냈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치솟았다. 상기된 눈은 그녀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아기를 안듯 미소를 살짝 들어 올려 책상 위에 앉혔다. 위에서 내려다 미소의 얼굴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오르락내리락하는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자 참을 수 없는 그것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와버리고 말았다.
"우리 집에 갈래?"
'미쳤구나 한준혁! 집엘 왜가?'
미소는 고개를 올려 준혁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흔들리는 눈동자.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탄탄한 어깨를 지나 자신이 달아준 단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만져보고 싶게 솟은 근육이 당장이라도 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았다.
뚫고 나오려는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움찔 놀란 준혁은 참지 못하고 다시 입을 맞췄다. 둘의 열기가 익어갈 때쯤 눈치 없는 미소의 배꼽시계는 또 한 번 울렸다.
------ 꼬르륵
그 소리마저 귀여운지 준혁이 픽 하고 웃었다. 미소도그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과장님..... 집 말고. 저 배고파요."
"훗."
'이래야 공미소지.'
책상 위에 앉혀둔 미소를 새끼고양이 다루듯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뭐 먹고 싶어요?"
"남의 살?"
"가죠."
준혁은 미리 예약해둔 식당 골목에 차를 세웠다. 발이 불편한 미소를 에스코트 하며 물었다.
"걸을 수 있겠어요?"
"당연히, 아!"
"괜찮아요?"
"히히. 엄살 좀 피워봤어요."
"이러다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네."
준혁이 미소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려는 포즈를 취했다가 자신의 입술을 댔다가 떼내었다.
"훗. 설마 그게 떨어지려고요."
둘은 좁은 골목길을 지나 작은 가게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영업이 끝났나.'
가게 안엔 아무도 없는지 조용했다. 두리번거리는 미소를 보고 준혁이 다가와 손을 꼭 잡았다.
"이쪽이요."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설마."
"왜요?"
"통으로 빌렸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죠?"
때 마침 누군가의 말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한준혁. 왔냐? 어? 근데 이 분은 누구?"
머리에 두건을 가지런히 쓴 남자가 말을 건넸다.
"시끄럽고."
"아니. 이 자식이 그럴 놈이 아닌데. 뜬금없이 전화해서 온다고 하길래 궁금했거든요."
"흠. 거기까지."
"무튼 반갑습니다. 오늘 특급 메뉴로 모시겠습니다."
유쾌한 사장님이 나간 후 방 안은 묘한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훅 들어온 준혁의 마음도 혼란스러운데 사장님은 더 소란스럽네.
"고등학교 때까지 하키를 했어요. 그때 친했던 녀석인데."
"친하다 생각해 주긴 했네."
키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사장님이 넉살 좋게 애피타이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오늘 들어온 싱싱한 녀석입니다."
미소는 생전 처음 본 메뉴를 보며 놀랐다. 그 뒤로 나온 메뉴들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 정도로 맛있었다. 미소 월급으로는 택도 없는 음식들이었다.
'진짜 대표 아들인가 보네. 하긴 본부장까지 됐으니.'
왠지 모를 괴리감이 들었다. 이 돈이면 내 두 달 식비는 넉넉하게 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팠기에 눈과 입이 즐거운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몇 가지 음식들이 더 나오고 배가 부를 때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