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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Feb 23. 2024

마침내

퇴근 시간 20분 전 수민은 갑자기 받아 든 업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열을 올리면서도 문득문득 옥상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생각할수록 열받네.'


분명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말이야. 공미소랑 한준혁이 말이 되냐고?


아무래도 가슴에 부화가 치밀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려 공미소에게 메신져를 보냈다.


하지만 당하는 건 수민 쪽이였다.


팬픽은 집에 가서 쓰라고? 미친 거 아냐? 공미소 제대로 걸렸어. 내가 오늘 한 판 한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바닥을 쿵쿵 찍으며 미소에게로 걸어갔다.


"야, 공미소 내가 무슨 극성팬이냐?"


나도 모르게 화가 나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리고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수민의 다급한 눈이 준혁과 마주쳤다.


'망했다. 왜 하필 지금이야!'


"무슨 문제 있습니까?"


본부장이 된 준혁은 오전보다 100배 더 무서운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공주임이 갑자기 자료를 달라지 뭐예요. 퇴근시간 다 됐는데."

"그래서요?"

"저도 업무가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요청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미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일어나 말했다.


"오주임님. 자료는 정확히 오후 2시에 메일로 요청했습니다만"


미소는 자신의 업무메일을 열었다. 준혁이 보기에도 오후 2시에 보낸 메일이 맞았다.


"정말이에요. 저는 방금 받았다고요."


우기는데 장사 없다더니. 실랑이가 일어나는 사이 사무실의 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주임. 내일 업무메일 다시 확인하시고 공주임도 퇴근하죠."

"전 아직 업무가 남았습니다."

"공주임 상사가 누군지 잊었나 봅니다."


수민은 공미소 뒤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준혁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후 억울해!'


오주임은 입술을 꽉 깨물 돌아섰다. 그 와중에도 미소는 야근을 하겠다며 준혁과 실랑이 중이었다.


"기어이 야근을 하시겠다?"

"해야죠. 슈퍼 을 중에 을인데요."

"어쩔 수 없네. 정 그렇다면."


준혁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가 싶더니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미소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자리를 비웠다고 일을 제대로 못하느니 하는 지적은 듣기 싫었다.


'공미소 정신 차리자. 일이나 하자고.'


한참을 집중해서 엑셀값을 넣고 있었다. 입력한 값을 그래프로만 만들면 끝!이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 도라방스 한과장.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전화기를 들고 미소에게 다가오는 준혁이 보였다. 미소는 재빠르게 휴대폰을 뒤집었다. 저장된 이름만 들켰다간 최소 퇴사 감이었다.


"왜 전화 안 받습니까?"

"아니. 무슨 사무실에서."

"사무실이면 전화 막 씹고 그래도 되는 건가?"


말로 해서는 안될 것 같아 전화를 걸었는데 그마저 씹혔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배 안 고픕니까?"


'눈치 없이 소리만 내봐라.' 미소는 배를 꾹 움켜쥐었다.


"다이어트 중이라."

"그래도 밥은 먹을 거 아닙니까?"

"꼬르륵."


'기어이 네가 소리를 내는구나.'


준혁은 미소의 의자를 자기 쪽으로 돌렸다. 그리곤 의자 양 손잡이를 지긋이 눌렀다.


"지금 안 일어나면."

"안 일어나면요?"

"차에서 못 한 거 지금 해버릴 테니까."


놀란 미소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휘청이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엄마야!"


미소의 몸이 준혁의 품에 폭 하고 안겼다. 미소가 달아준 단추가 코 앞에 보였다. 삐뚤삐뚤 못나게도 달린 단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귀에서 준혁의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규칙도 없이 뛰는 심장 소리가 고스란히 미소의 몸에 느껴졌다. 준혁은 미소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한 손으로 그녀의 뒷 머리를 잡고 한 손으론 볼을 쓰다듬었다.


"아까 못한 거."


준혁은 마침내 미소의 입술을 가져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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