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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Feb 16. 2024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화상을 입은 발등은 걸을 때마다 욱신거렸다. 걸음이 느려진 미소를 보며 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편하게 가는 게 나을 텐데."

"아뇨. 사양할게요."


고요한 주차장엔 두 사람의 구두굽 소리만 또각또각 울렸다.


"옥상엔 왜 온 겁니까?"

"오주임이 할 말 있다고 해서요."

"그러는 과장님은 옥상에 왜 오셨어요?"

"......"

"들키지 마세요. 알아서 좋을 거 하나 없으니까."


준혁은 가던 길을 멈추고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들키다니 뭘 말입니까?"

"옥상에서요. 다 봤는데."

"뭘 봤는데?"


'모른 척하는 것 봐.'


"오주임이 과장님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 다고."

"몰랐는데."

"말도 안 돼. 그렇게 티를 냈는데요."

"티는 나도 많이 냈는데. 그리고 눈치는 공주임이 제일 없고."

"에이. 제가요?"


갑자기 티를 내고 싶은 준혁은 미소를 다시 들어 안았다.


"답답해서 못 걷겠네."


큰 키로 얻은 긴 다리 덕분에 차까지 오는 시간은 훨씬 단축되었다.


"진짜 왜 그러세요. 과장님."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네. 몰라요."

"그럼 알 때까지 더 티를 내야겠네."


벨트를 매 주러 다가온 그의 가슴이 미소의 얼굴 위를 덮었다. 가슴 한가운데 단추가 풀려 보이는 속살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겼다.


'대체 운동을 얼마나 한 거야.'


"단추가..... 떨어졌네요."

"왜요. 달아주려고?"

"실도 바늘도 없거든요."

"있으면?"


준혁의 사이드포켓 안에 자그마한 반짇고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오주임이 주워준 단추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말도 안 돼. 차에 이런 게 있어요?"

"......"

"엄청 오래된 반짇고리 같은데."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시던 거라."

"아......"

"안 달아 줄 겁니까?"


미소는 한 손엔 단추를 한 손엔 바늘을 잡았다. 바느질이라곤 어릴 때 몇 번 해봤던 기억 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다.


"진짜. 찔러도 몰라요."

"찌르면 더 좋고."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고문관이 따로 없다니까.


"자. 시작해요."


떨리는 손으로 와이셔츠를 잡았다. 단추를 고정시키려는데 불쑥 올라온 준혁의 가슴이 자신의 손에 닿았다.


"엄마야. 죄송해요."


최대한 가슴에 닿지 않으려 했지만 살짝살짝 닿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바늘은 위로 아래로 구멍을 하나씩 통과했다. 네 개의 구멍을 오르락내리락. 준혁의 가슴과 허리까지 그에 맞춰 부풀어 올랐다 내려왔다. 마지막 매듭까지 단단히 여며두고 실을 끊으려는데 가위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멀었습니까?"

"아니요. 다 됐는데."


'바닥에 떨어졌나.'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공주임 뭐 합니까?"

"가만히 계세요. 이런 건 이빨로."


공주임의 입이 준혁의 가슴과 맞닿아 버렸다.


"다 됐다."

"공주임."

"네?"

"가만히 있어요."


바늘을 잡은 손이 갑자기 공중에 멈췄다. 준혁은 미소의 입술닿을 만큼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싫으면 지금 말해요. 시작하면 안 멈출 거니까."


가뜩이나 커다란 미소의 눈이 더 둥글게 커졌다.


"갑자기 왜."

"모른다며. 공미소가 알 때까지 티 내려고."

"알았으니까. 그만."

"그만 못하겠는데."


싸늘한 차 안은 실이 엉키듯 묘한 분위기에 엉켜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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