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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Feb 09. 2024

미션 실패

미소는 퀭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주말을 다이내믹하게 보내는 바람에 월요병이 제대로 도졌다.


'재수탱이 한과장. 버터 같은 김대리.'


내가 두 사람을 마주치나 봐라.


공미소의 미션 1. 김대리 피하기, 미션 2. 한과장 피하기.


"절대 마주치지 말아야지."


- 땡.


"공주임. 안녕. 좋은 아침이야."


첫 번째 미션 실패.


김대리를 마주친 미소는 이름에 걸맞게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럭저럭 좋은 아침이네요."

"어젠 왜 그냥 간 거야? 진짜 너무해."

"어젠...... 좀......"

"다음엔 무조건 같이 가기다!"

"봐서요."

"뭐야. 봐서라니. 꼭 가야지."

"하하하. 시간 되면요."


아침부터 버터에 빵 발라먹었나 왜 이렇게 서양식으로 굴어.


"근데 말이야. 그때 나한테 향수 뿌렸다고 했잖아. 그거 내 향수 냄새 아니었지?

"아. 그게 그랬죠."

"한준혁 향수냄새 아니었어?"

"글쎼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날 진짜 열이 받아가지고. 시장 조사한다고 종일 끌려 다녔잖아. 오늘까지 보고서 내라는데 돌아버리겠다."

"한과장님이 성격이 좀 급하시긴 하죠."

"이게 하루 만에 될 일이냐고. 안 그래?"

"김대리님이라면 가능하시겠죠. 능력자시니까."


김대리님 우쭈쭈 모드 들어가 줘야겠네.


"그지? 내가 일을 좀 잘해. 공주임도 아는구나."

"네. 알죠. 우리 회사 에이스시죠."


이제 그만. (텔레토비, 텔레토비)


- 땡


김대리의 한바탕 자랑이 끝날 때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두 번째 미션 실패.


오늘따라 슈트발 제대로 받은 한 과장이 서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김대리는 한과장에게 말을 건넸다.


"과장님. 어젠 감사했습니다."

"내가 김대리한테 감사한 일을 했었나?"

"시장조사도 같이 해주시고 많이 배웠습니다."


너 지금 나 돌려 까기 하는 거지?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보고서는 다 되면 내 책상 위에 올려두시고."

"넵! 근데 어디가 십니까?"

"내가 일일이 보고해야 합니까?"

"아! 아닙니다. 다녀오십시오!"


엘리베이터에 오른 준혁은 공미소 옆에 김대리가 나란히 있는 모습에 혈압이 올랐다. 돌아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다 뒤꿈치의 밴드가 눈에 거슬렸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대표실 호출을 미룰 수는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과장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자리. 자신이 죽어라 미워했던 사람이 창 밖을 보며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일요일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였더구나."

"일방적으로 정하신 약속인데 제가 따라야 합니까?"

"요새 아이들 말로 중2병이라도 들린 게냐."

"앞으로도 선은 안 볼 테니 그리 아십시오. 붙여놓은 귀찮은 것들도 치우시고요."


늘 어디선가 느껴지는 기분 나쁜 시선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나가보겠습니다."

"본부장. 발령 날 거다."

"승진 안 한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러게 적당히 발톱을 숨겼어야지. 네가 워낙 잘하잖니. 암튼 그리 알고 나가보거라."


준혁은 대표실 문을 부서 저라 닫았다.


"그래서 부서지겠나."


한대표의 찻잔이 살짝 떨려왔다.


대표실을 나와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단정하게 메어진 넥타이를 거친 손으로 풀었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후후후"


가슴을 부여잡고 심호흡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 낯선 그림자 하나가 준혁의 등뒤로 다가왔다.


"과장님! 괜찮으세요?"


준혁은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연재일을 착각해서 발행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이놈의 작가를 용서치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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