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게 한 손으로 휴대폰을 잡아당기는 준혁 앞에 지지 않으려는 미소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과장님. 좀 놔주세요."
"내가 왜요?"
"제 거니까요."
"아니 내 건데."
"네?"
어딜 가도 눈에 띄는 큰 키와 잘생긴데 재수 없는 얼굴을 하고선 아이처럼 핸드폰이나 뺏다니. 유치하기 짝이 없네.
"왜 이러세요. 정말. 어어어......"
준혁이 휴대폰을 확 놓아버리는 바람에 미소는 몸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 공주임 조심해."
김대리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미소의 한 팔과 다른 한 팔이 동시에 두 명의 남자들이 잡아챘다.
동시에 잡은 미소의 팔을 붙잡고 서로 레이저를 쏴댔다.
"김대리가 먼저 놓죠."
"과장님이 먼저 놓으시죠."
"내가 먼저 잡았어요."
"무슨 말씀을 제가 먼저 잡았죠."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놓죠. 하나. 둘."
내 팔 가지고 장난하나. 둘 다 안 되겠네. 화가 난 미소가 소리를 버럭 냈다.
"두 분 다 놔주세요!"
김대리와 준혁은 당황한 눈으로 미소를 바라보았다.
"대리님. 정말 죄송한데 저 먼저 가볼게요."
"공주임! 가려고?"
"보시다시피 맘 놓고 먹을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본 준혁이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하하. 김대리 꼴좋네.'
"과장님. 핸드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뵈겠습니다."
'나한테는 왜 그래? 내가 핸드폰도 찾아주고 여기까지 가져다줬잖아.'
"같이 가죠."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꾸벅 배꼽인사를 하고 미소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김대리 이 여우 같은 자식 때문에'
멀리 떠나가는 미소를 보다 주먹을 꽉 쥐고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김대리를 향해 돌아섰다.
"김대리.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봐요."
"무슨 말씀을."
"내가 공주임이랑 사귄다고 하지 않았나?"
"사귀시는 거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아서요."
한준혁 1패.
'여우 같은 자식.'
밟아서 안되면 싹을 뽑아버려야지.
'상사 아이가.'
못된 상사니까 그냥 못 넘어가지.
"김대리, 런던인지 프랑스인지 베이글 오늘 꼭 먹어야 합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공미소 때문에 왔으니까요."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죠."
"네?"
'따라오라고 인마.'
준혁의 발걸음은 성큼성큼 사람들이 가득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오늘 얼마나 공들였는데. 젠장. 한준혁이 왜 자꾸 공미소 옆에 알짱거려."
"안 옵니까?"
멀리서 준혁이 김대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갑니다."
상사만 아니었으면. 썩은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렸다.
+@ 한준혁의 소심한 복수
- 하루 종일 백화점 돌면서 시장조사하기.
- 시장조사한 보고서 바로 다음날 제출하기.
- 10년 치 매출 분석표.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