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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an 31. 2024

질투는 나의 힘

준혁은 미소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미소를 맞아준 분은 인상이 선한 아주머니였다.


"안녕하세요."


미소는 준혁이 꽉 잡은 손을 빼며 인사를 건넸다.


"시장하실 텐데 어서들 앉으셔요."


시원한 북엇국 냄새가 미소의 코를 자극했다.


"잘 먹겠습니다. 여긴 정말 서비스가 좋네요."

"호호호. 그렇죠?"


준혁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미소를 바라보았다. 그때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김 씨 아저씨가 인사를 건넸다.


"도련. 아니 손님.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네? 안녕하세요. 남편분이신가 봐요."

"아! 그렇죠. 하하하하하."


두 분 다 굉장히 어색하지만 이상하게 어울리시고, 모르겠다.


"덕분에 정말 잘 잤어요. 감사합니다."


어색한 웃음과 북엇국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진 식사였다.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김 씨 아저씨와 김천댁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게 웬일이래. 도련님 웃는 거 봤어요?"

"봤고 말고. 사모님 돌아가시고 처음인 것 같은디. 사모님이 그렇게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쉿. 도련님 들을라. 입조심해요."

"기뻐서 그러지. 내가 달리 그런가. 어디 정둘 때가 없어서 그렇게 방황을 하더니만."

"회장님은 모르는 눈치죠."

"알면 큰일 나게. 만나기만 잡아먹듯 싸우기만 하는 것을. 쯧쯧쯧."

"우리도 조용히 입 다물고 있자고요."

"그려. 그려. 아마 곧 아시겄제."


/


미소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식탁위에 놓고나온 휴대폰이 울렸다. 시끄럽게 울리는 통에 준혁은 부엌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화면을 가득 채운건 김대리의 카톡 메시지였다.


-공주임. 런던베이글 웨이팅성공했는데 1시간 반정도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을 듯. 같이 안 갈래?


준혁은 휴대폰 화면을 한참 쳐다보았다.


'주말에도 톡을 보낸다. 웃기는 자식이네. 내가 한 말이 우습나?'


심기가 거슬린 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김천댁은 졸지에 얼어붙었다.


"도련님 국이 입에 안 맞으셨어요?"

"아니요. 언제 먹어도 맛있네요."

"그런데 오늘 같이 분은."


김 씨 아저씨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과일을 깜박했네."

"괜찮습니다. 천천히 먹으면 되죠."


준혁은 미소의 휴대폰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방으로 들어간 미소는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김대리에게 미친 듯이 카톡이 왔다.


- 카톡, 카톡, 카톡


보다 못한 준혁이 휴대전화를 들었다.


- 그리곤 슬쩍 알람을 밀어 화면에서 없애버렸다.


"혹시 과장님 제 휴대폰 못 보셨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폰을 들고 흔들었다.


"여깄 는데."

"아? 식탁 위에 둔 줄 알았는데, 거기 있었네요."

"발이 달렸나 보죠. 준비 끝났으면 출발하죠."


미소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부부에게 인사를 건네며 준혁을 따라나섰다. 평소에도 빠른 걸음걸이가 오늘따라 더 빨라졌다.


"좀 천천히 가요."


이미 한참 떨어져 걷는 준혁의 귀에 들리 없는 외침이었다. 따라가기도 버거운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받아달라 울려댔다. 전화의 주인공은 김대리였다.


"네 대리님. 웬일이세요?"

"공주임. 혹시 오늘 시간 어때? 그때 가고 싶었던 베이글집 말이야. 웨이팅 성공해서 기다리는 중이거든. 시간 되면 나올래?"

"진짜요?"

"드디어. 했다고!"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 밖에 나와 있어서요."

"어딘데? 기다릴게. 1시간 좀 더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게 좀 멀리."

"얼마나 먼데 그래. 기다릴 테니까. 꼭 나와. 알았지? 그럼 끊는다."


대리, 대리님. 듣는 이 없는 외침. 막무가내로 끊어버린 전화가 미소를 허탈하게 했다.


'가고 싶긴 한데. 한준혁만 아니면. 일단 타자.'


"뭐 하다 이제 탑니까?"


싸늘한 목소리.


"전화 좀 받느라고요."

"주말 아침부터 전화하는 놈은 누굽니까?"

"놈이라뇨. 누군 줄 알고?"

"딱 봐도 알겠던데. 남자."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남자는 무슨. 엄마예요. 엄마."

"그래요?"


준혁은 미심쩍은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차를 출발시켰다. 휴일 도로는 생각보다 시원하게 뚫렸다. 미소는 어제 먹은 술도 막힌 속도 뚫리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장님. 저는 잠실에서 세워주세요."

"공주임 집 잠실 아니잖아요."

"약속이 생겨서요."

"무슨 약속?"

"제 개인적인 약속인데 말씀드려야 하나요?"

"말해주기 싫음 말고. 내 집에서 내려줄 테니까."


갑자기 심통이 난 준혁이 맘에 없는 말을 해버렸다.


'밤새 안고 안 놔줄 땐 언제고' 


넘어온 것 같다가도 스르르 빠져나가는 그녀는 사막의 모래알 같았다. 손에 안잡히니 더 애가탔다.


미소도 화가 났는지 뾰로통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럼 아무 데나 내려주세요. 과장님 집 앞만 빼고요."


준혁은 그 말에 화가 나 정말 아무 데나 차를 세웠다.


"됐죠? 아무 데나."

"됐고 말고요. 휴일 내내 아주 감사했습니다. 안.녕.히.가.세.요."


미소는 차 문을 박차고 내렸다. 준혁도 화가 났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다시는 내가 주말 근무 해주나 봐라."


이를 득득 갈며 아픈 발로 준혁이 사준 운동화를 신고 터벅터벅 걸었다. 다행히 잠실역 가까운 곳에 세워주었다.


'아무 나라고 하더니 쳇.'


준혁이 식식 거리며 달리고 있는데 조수석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 김대리님


액정 화면 속김대리 애타 미소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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