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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an 26. 2024

그녀의 숨소리

다리까지 너무하잖아.

화장실에서 간신히 데리고 나온 미소를 침대에 눕혔다.


'한 캔이라며.'


술꾼 공미소 덕분에 준혁은 침대 모서리에 앉아 미소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었다. 가지런한 눈썹, 오똑한 코, 보드라운 입술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으로 담으려고 천천히 바라보다 입술에 붙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겨주었다.


'후~' 하고 내뱉은 미소의 따뜻한 숨이 준혁의 손에 닿았다. 넘기던 손을 볼에 살며시 가져다 댔다.


"잘 자네. 이쁜 공미소."


준혁의 감촉이 느껴졌던걸까? 그녀가 몸을 뒤척였다. 그리곤 준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놀란 준혁은 미소의 손을 빼내려고 애를 썼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세."


미소에게 끌려가다시피 한 준혁어쩔 수 없이 미소 옆에 몸을 눕혔다. 따스한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불편한지 몸을 또 뒤척이더니 이젠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가 준혁의 다리 위에 올라왔다.


'미치게 하려고 작정했구나.'


준혁의 허벅지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맨 공미소의 공격에 준혁은 그대로 넉다운이었다. 미끼를 던진 건 준혁인데 걸려든 건 자신인 것 같았다.


'잠은 다 잤네. 일어나서 보자. 공미소.'


긴장한 몸과 마음속의 욕망이 뒤섞여 그를 뒤흔들었다.




미소는 하얀 침실 방을 나와 조용히 거실로 향했다. 분명 맥주 한 캔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 뒤로 필름이 끊겨서 그렇지.


'이렇게 좋은 에버이엔비가 있다니. 몰랐네.'


밤에는 보지 못했던 넓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정원엔 얼마 전 내린 눈이 쌓여있었다. 하얀 눈이 햇볕에 비치면서 눈이 부셨다.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미소는 놀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준혁 운동을 마치고 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일어났어요?"

"네...... 네. 어젠 죄송했어요."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니까 아무 말이나 하자. 일단 죄송할 일을 했을 거야.


"죄송한 게 뭔지 기억은 나고?"


'망했다. 기억 안 나는데.'


"그럼요. 기억나죠. 제가 막 취해서. 어젠 왜 이렇게 맥주가 달던지."

"그랬다면 다행이고. 근데 내가 그렇게 못돼 처먹었나?"

"네?"

"다 기억난다며."

"기억나긴 하죠. 나는데......"


그러니까. 어제 맥주를 한 캔 먹고.

불현듯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과장님. 아니 한준혁. 진짜 못됐다니까. 맨날 나만 갈구잖아.'

'오늘도. 주말인데, 이렇게 직원을 부려먹으면 돼요? 안 돼요? 진짜 못돼 쳐먹었...... 어.......'


못돼 처먹었다니? 말이 돼? 설마. 내가 이랬다고. 차라리 아무 기억도 안 났어야 했다. 드문 드문 나는 기억들이 더 최악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과장님.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미소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당장 리지 않으려면 이 수밖에 없었다. 납작하게 만두처럼 엎드려야지.


"완전히 기억나면 그때 사과 받는 걸로 하고 속 쓰릴텐데 들어가요. 밥 먹게."

"넵. 네? 밥이요?"

"신장 튼튼해지게 밥은 먹어야지."


마침 부엌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능들 오세요. 도련, 아니 예약해 주신 분이 준비해 달라고 하셔서요."

"식기 전에 가죠."


준혁은 미소의 손을 덥석 잡고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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