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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an 24. 2024

미끼를 물었을 뿐이고

잤니? 아직 안잤어?

"공주임 정신 차려봐요."


준혁은 미소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어디예요. 여기가."

"일단 내리죠."


미소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눈을 감았다 떠보니 점점 더 선명해지는 화면. TV 속에서나 보던 광경이었다.


"와. 진짜 대문이 왜 이렇게 커요."

"쉿. 일단 조용히 들어가죠."


강제 입막음을 당한 미소가 눈을 흘겼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앗. 잠깐만요. 과장님."


준혁이 놀라 달려왔다.


"왜요? 다쳤어요?"

"발목이 좀 삐었나 봐요."

"자 업혀요."

"싫어요."

"그럼 안을까?"

"아니,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준혁은 미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 진짜."


마지못해 준혁에게 업혔다. 민망해서 준혁의 등에 머리를 푹 박았다.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가 미소의 코로 흘러들어왔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말 잘 듣네. 공미소.'


준혁은 돌계단 위를 올라가 긴 정원을 통과했다.


'아저씨는 주무시겠지. 최대한 조용히 들어가야겠군.'


자주 오는 곳은 아니지만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내려와 쉬던 곳이었다. 최대한 발자국 소리를 줄이며 들어가려는데 미소의 머리가 준혁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차 안에서 어깨에 얼굴을 비비더니 이젠 머리카락인가. 간지러운 걸 간신히 참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진짜 여기 어디예요."

"에...... 에어비엔비라고 알죠? 그거예요."

"네? 에어비엔비요?"


느닷없이 에어비엔비야. 여행이라도 온 거야. 뭐야. 근데 예약은 또 언제 한 거래?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가 미소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마, 내일까지 부려먹으려는 빅피쳐인가? 아냐. 이게 왜 계획이야. 차가 고장 난 탓이지.'


미소는 택시 안이 건조했는지 목이 탔다. 주인도 아닌데, 냉장고를 열어볼 수도 없고 난감했다. 에라 모르겠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지 않았던가.


"과장님, 혹시 냉장고 열어봐도 돼요?"

"마음대로."


문에 네 짝인 큰 냉장고 안은 먹기 좋게 담긴 간식과 캔맥주가 놓여 있었다.


'얼른 안 먹고 뭐 해. 가져가. 응? 퇴근하고 먹는 맥주맛 알지?'


맥주가 살아있는 양 미소에게 말을 걸었다. 주책맞아 보일까 봐 차마 꺼내 먹어도 되냐 말은 못 하고 입맛만 다셨다.


'지금쯤 청소 끝내고 집에 있어야 하는데, 이게 뭐야.' 미간엔 인상이, 입술은 뾰로통 삐져나왔다. 한참을 냉장고 앞에서 서성이던 미소를 보던 준혁이 보다 못해 냉장고 앞으로 어갔다.


"자, 먹고 싶은 거 아녔나?"

"아뇨. 절대. 네버!"

"그럼. 나 혼자 먹어야겠네."


준혁은 미끼를 던졌고, 미소는 물었을 뿐이고.


"먹을래요!"

"그럴래요?"


안주와 맥주를 신나게 꺼내온 미소가 테이블 위에 세팅을 했다.


"이리 줘봐요. 치이익."


'그래. 이 소리지.' 미소는 맥주캔 따는 소리에 벌써 취한 것 같았다.


"딱 한 캔만 마실 거예요."

"그래요."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일까?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알았다. 이 맥주는 한 캔으론 안된다는 것을. 오늘따라 미치도록 맛있는 맥주맛에 미소는 머리가 핑 돌았다. 혈액 속에 있는 피곤을 알코올 세포가 하나하나 감싸주는 느낌이랄까.


"캬. 진짜. 이맛이지."


나도 모르게 육성이 터져 나왔다.


"안주는 덤으로. 음. 이거 뭐예요. 너무 맛있다."


곶감과 호두가 크림치즈에 쌓여 환상적인 맛이었다.


"맛있어요?"

"네! 주인이 참 솜씨가 좋으시네. 그런데 왜 이런 게 냉장고에 있어요?"

"서비슨가보죠."


가끔 준혁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늘 놔두던 간식과 맥주였다.


'센스 있는 아저씨. 감사합니다.'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두 캔은 다섯 캔이 되는 마법에 걸린 미소는 맥주와 안주를 번갈아가면서 마셨다. 맛있다는 말을 10번쯤 들었을 때쯤 혀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과장님. 아니 한준혁. 진짜 못됐다니까. 맨날 나만 갈구잖아."

"갈구긴. 내가 또 언제."

"오늘도. 주말인데, 이렇게 직원을 부려먹으면 돼요? 안돼요? 진짜 못돼 쳐먹었...... 어......."


미소의 흐려지는 말꼬리와 함께 몸이 옆으로 픽 하고 쓰러졌다.


"안 취한다더니. 한 캔이라며."


준혁은 쓰러진 미소를 흔들었다.


"공주임. 공미소! 정신 차려봐."

"욱. 욱."

"공미소 여기서 이럼 안된다고. 참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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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디. 미안해요. 카카오한테 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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