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눈을 감았다 떠보니 점점 더 선명해지는 화면. TV 속에서나 보던 광경이었다.
"와. 진짜 대문이 왜 이렇게 커요."
"쉿. 일단 조용히 들어가죠."
강제 입막음을 당한 미소가 눈을 흘겼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앗. 잠깐만요. 과장님."
준혁이 놀라 달려왔다.
"왜요? 다쳤어요?"
"발목이 좀 삐었나 봐요."
"자 업혀요."
"싫어요."
"그럼 안을까?"
"아니,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준혁은 미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 진짜."
마지못해 준혁에게 업혔다. 민망해서 준혁의 등에 머리를 푹 박았다.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가 미소의 코로 흘러들어왔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말 잘 듣네. 공미소.'
준혁은 돌계단 위를 올라가 긴 정원을 통과했다.
'아저씨는 주무시겠지. 최대한 조용히 들어가야겠군.'
자주 오는 곳은 아니지만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내려와 쉬던 곳이었다. 최대한 발자국 소리를 줄이며 들어가려는데 미소의 머리가 준혁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차 안에서 어깨에 얼굴을 비비더니 이젠 머리카락인가. 간지러운 걸 간신히 참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진짜 여기 어디예요."
"에...... 에어비엔비라고 알죠? 그거예요."
"네? 에어비엔비요?"
느닷없이 에어비엔비야. 여행이라도 온 거야. 뭐야. 근데 예약은 또 언제 한 거래?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가 미소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설마, 내일까지 부려먹으려는 빅피쳐인가? 아냐. 이게 왜 계획이야. 차가 고장 난 탓이지.'
미소는 택시 안이 건조했는지 목이 탔다. 주인도 아닌데, 냉장고를 열어볼 수도 없고 난감했다. 에라 모르겠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지 않았던가.
"과장님, 혹시 냉장고 열어봐도 돼요?"
"마음대로."
문에 네 짝인 큰 냉장고 안은 먹기 좋게 담긴 간식과 캔맥주가 놓여 있었다.
'얼른 안 먹고 뭐 해. 가져가. 응? 퇴근하고 먹는 맥주맛 알지?'
맥주가 살아있는 양 미소에게 말을 걸었다. 주책맞아 보일까 봐 차마 꺼내 먹어도 되냐 말은 못 하고 입맛만 다셨다.
'지금쯤 청소 끝내고 집에 있어야 하는데, 이게 뭐야.' 미간엔 인상이, 입술은 뾰로통 삐져나왔다. 한참을 냉장고 앞에서 서성이던 미소를 보던 준혁이 보다 못해 냉장고 앞으로 어갔다.
"자, 먹고 싶은 거 아녔나?"
"아뇨. 절대. 네버!"
"그럼. 나 혼자 먹어야겠네."
준혁은 미끼를 던졌고, 미소는 물었을 뿐이고.
"먹을래요!"
"그럴래요?"
안주와 맥주를 신나게 꺼내온 미소가 테이블 위에 세팅을 했다.
"이리 줘봐요. 치이익."
'그래. 이 소리지.' 미소는 맥주캔 따는 소리에 벌써 취한 것 같았다.
"딱 한 캔만 마실 거예요."
"그래요."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일까?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알았다. 이 맥주는 한 캔으론 안된다는 것을. 오늘따라 미치도록 맛있는 맥주맛에 미소는 머리가 핑 돌았다. 혈액 속에 있는 피곤을 알코올 세포가 하나하나 감싸주는 느낌이랄까.
"캬. 진짜. 이맛이지."
나도 모르게 육성이 터져 나왔다.
"안주는 덤으로. 음. 이거 뭐예요. 너무 맛있다."
곶감과 호두가 크림치즈에 쌓여 환상적인 맛이었다.
"맛있어요?"
"네! 주인이 참 솜씨가 좋으시네. 그런데 왜 이런 게 냉장고에 있어요?"
"서비슨가보죠."
가끔 준혁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늘 놔두던 간식과 맥주였다.
'센스 있는 아저씨. 감사합니다.'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두 캔은 다섯 캔이 되는 마법에 걸린 미소는 맥주와 안주를 번갈아가면서 마셨다. 맛있다는 말을 10번쯤 들었을 때쯤 혀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과장님. 아니 한준혁. 진짜 못됐다니까. 맨날 나만 갈구잖아."
"갈구긴. 내가 또 언제."
"오늘도. 주말인데, 이렇게 직원을 부려먹으면 돼요? 안돼요? 진짜 못돼 쳐먹었...... 어......."
미소의 흐려지는 말꼬리와 함께 몸이 옆으로 픽 하고 쓰러졌다.
"안 취한다더니. 한 캔이라며."
준혁은 쓰러진 미소를 흔들었다.
"공주임. 공미소! 정신 차려봐."
"욱. 욱."
"공미소 여기서 이럼 안된다고. 참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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