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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an 19. 2024

니가 참 좋아.

못 참겠네.

"귀엽긴 누가요? 제가요?"

"아니, 내가 사준 신발이 참 귀엽네."


당황한 준혁은 아무 말 대잔치 중이었다. 하얗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준혁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 칼국수가 김을 모락모락 내며 탁자 위에 놓였다.


"잘생긴 총각 많이 먹어. 이쁜 각시도."

"이쁘진 않지만 잘 먹겠습니다."

"이뻐. 각시는 참 보는 눈이 없네."

"그죠. 보는 눈이 없는 편이죠."


준혁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피식 웃으며 미소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환장하게 이쁘다고'


미소는 준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면치기를 해가며 칼국수를 입에 넣었다.


"대박!"


미소의 미간이 찡그러졌다. 진실의 미간.


"이런 맛집을 혼자만 알고 계셨어요?"

"한 대 맞을 일은 없겠네."

"당연하죠. 진짜 맛있다. 두 그릇 먹어도 되죠?"

"얼마든지."


미소는 배가 고팠던 탓에 게 눈 감추듯 칼국수를 먹어치웠다.


"그려. 조심해서 가고. 다음엔 세 명이 돼서 오겠구먼."

"세 명이요?"


할머니는 식당 문 앞에서 손짓을 하며 빙그레 웃으셨다.


"각시가 둔하구먼. 조만간 일 나겄는디."


밥을 먹고 나와 다시 아울렛으로 향했다. 나머지 매장을 다 돌고 나서야 미소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주말 내내 뺑뺑이 돌린 상사는 밉지만 그래도 월급 주는 회사가 있으니 다행이지 싶었다.


"공주임 고생했어요. 그만 가죠."

"과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준혁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어보는데, 영 걸리지 않는다.


'배터리 방전인가.'


끼릭, 끼리 훅. 연이어 꺼지는 시동.


'큰일이네.'


"공주임. 어쩌죠. 차가 퍼진 것 같은데."

"차가요?"

"네. 보험사 부르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죠. 뭐."


준혁과 미소는 아웃렛 안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따뜻한 커피가 더 간절했다. 준혁은 상기된 얼굴로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하면서 낯빛이 어두워졌다.


"못해도 2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데요."

"헉! 2시간이 나요."

"미안합니다. 내가 신경을 더 썼어야 했는데."


철두철미한 사람이 웬일이래.


"괜찮아요. 기다리죠. 뭐. 주말이라 시간 많은데요."

"그럼 좀 기다려 보죠."


얼마나 기다렸을까. 보험사에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조해진 준혁은 연신 시계를 보며 밖을 서성였다. 아웃렛을 가득 매운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손님. 영업시간이 끝나서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미소는 짐을 주섬주섬 챙겨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는 매서웠다.


"추운데 왜 나와 있어요?"

"끝났데요."

"하......"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그럼 거기로 가죠."

"어딘데요?"

"일단 따라와요."


아웃렛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녹초가 된 미소는 뒷좌석에 타자마자 눈이 감겼다. 불편한 상사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과장님. 저 납치당하는 거 아니죠?"

"아니니까. 피곤하면 눈 좀 붙이고. 도착하면 깨울 테니."


흘러내린 미소의 머리를 큰 손으로 넘겨주었다. 피곤한지 그대로 잠이 들었다.


/


'잘 잤다! 근데 왜 이렇게 개운해?'


눈을 번쩍 뜬 미소는 낯선 천장을 마주했다.


'이런 X 됐다. 진짜 팔려온 거 맞네. 내 신장!'


미소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멀쩡해서 놀랄 지경이었다.


'대체 여기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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