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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Feb 02. 2024

미소의 휴대폰 벨이 울릴 때

준혁은 눈치 없이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엄마라며'


"런던인지 파리인지 베이글 타령 하더니 여우 같은 새끼."


어금니에 힘이 팍 들어갔다. 


'이대로는 못 가지.' 


싸움을 걸어왔으니 받아줘야지. 가뜩이나 매서운 눈이 더 날카로워졌다. 자라나는 잡초는 일찍 밟아주어야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지 않나.


'애초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줄게.'


손가락의 뼈마디가 우두득, 우두득 소리를 냈다. 


/


미소는 차에서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베이글 앞에 도착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김대리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공주임. 여기야. 여기."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는 김대리 발견.


'어쩜 누구랑 이렇게 다른지.' 


불현듯 자기 집 앞에 세워준다며 으르렁 거리던 누군가가 생각났다. 미소는 도리 지를 하며 쓸데없는 생각은 지워버리기로 했다. 누군가는 말했지. 런던베이글 포장해 주는 사람이라면 평생가도 된다고. 


"대리님!"

"딱 들어갈 타이밍이었는데. 기가 막히네."

"주말에 웨이팅 장난 아니었을 텐데 몇 시에 나오신 거예요?"

"좀 일찍? 이 정도는 해야 공주임이랑 이야기라도 나누지. 워낙 귀하신 분이라."


'베이글도 안 먹었는데 왜 갑자기 느끼함이 올라오는 거지? 평소 이런 캐릭터였나.'


"귀하다니요. 어느 부분에서요."

"그냥. 귀해. 나한테는."

"풉. 입에 침 좀 바르세요."

"내 입? 건조해 보이나."


김대리는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발랐다. 


"농담이에요. 농담."


둘이 화기애애하게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때쯤.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향기가 미소의 코를 찔렀다. 어제도 오늘도 맡았던 재수가 오지게 없는데, 잘생긴 누군가의 향과 참 비슷했다. 


'여기서 날 향이 아닌데.'


"김대리님. 향수 뿌렸어요?"

"향수? 응 뿌리긴 했는데."

"어디 맡아볼래요. 뭔데요?"


김대리가 손목을 뻗어 미소의 코에 가져다 댔다. 손목에서 나는 향을 들이마셨다. 


"크흠~."

"그렇게 들이마시면 좋나?"


낯설지 않은 향. 재수가 없는데 잘생긴 놈. 신발은 사주고 자기 집 앞에 차를 세워준다는, 주말에도 열일시키며, 나와 김대리를 한 쌍의 바퀴벌레 보듯 하는 이 남자. 


'한준혁이 여긴 어떻게?'


"어? 과장님. 여긴 어떻게."


떨리는 눈동자가 준혁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당장이라도 한 대 칠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대리는 이 상황에 어이가 없어 준혁과 미소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 말 못 들은 건가? 설마.


"황금 같은 주말에 여긴 웬일이십니까?"

"......"


또 씹네. 장난하나. 준혁은 일어서려는 김대리의 어깨를 지긋이 눌렀다. 


"김대린 일어설 필요 없고."


주저앉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위에서 누르는 힘과 악력이 엄청났다. 


"내 차에 두고 갔던데."


준혁은 미소를 향해 핸드폰을 건넸다. 


"어머. 이거 제가 놓고 갔나요?"

"홀로 외롭게 울려대서 말이야."


미소가 손을 뻗어 가져오려는데 준혁이 힘을 꽉 주었다.


"그런데 김대리가 언제 엄마가 됐지?"


이 표정 기억난다.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적막을 가르며 했던 한 마디.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 


'한 과장님 화났네?'


가져오려는 사람과 내어주지 않으려는 힘이 만나 미소의 휴대폰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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