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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Feb 07. 2024

눈치 챙겨 김대리.

평온하게 한 손으로 휴대폰을 잡아당기는 준혁 앞에 지지 않으려는 미소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과장님. 좀 놔주세요."

"내가 왜요?"

"제 거니까요."

"아니 내 건데."

"네?"


어딜 가도 눈에 띄는 큰 키와 잘생긴데 재수 없는 얼굴을 하고선 아이처럼 핸드폰이나 뺏다니. 유치하기 짝이 없네.


"왜 이러세요. 정말. 어어어......"


준혁이 휴대폰을 확 놓아버리는 바람에 미소는 몸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 공주임 조심해." 


김대리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미소의 한 팔과 다른 한 팔이 동시에 두 명의 남자들이 잡아챘다.

동시에 잡은 미소의 팔을 붙잡고 서로 레이저를 쏴댔다.


"김대리가 먼저 놓죠."

"과장님이 먼저 놓으시죠."

"내가 먼저 잡았어요."

"무슨 말씀을 제가 먼저 잡았죠."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놓죠. 하나. 둘."


내 팔 가지고 장난하나. 둘 다 안 되겠네. 화가 난 미소가 소리를 버럭 냈다. 


"두 분 다 놔주세요!"


김대리와 준혁은 당황한 눈으로 미소를 바라보았다.


"대리님. 정말 죄송한데 저 먼저 가볼게요."

"공주임! 가려고?"

"보시다시피 맘 놓고 먹을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본 준혁이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하하. 김대리 꼴좋네.'


"과장님. 핸드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뵈겠습니다."


'나한테는 왜 그래? 내가 핸드폰도 찾아주고 여기까지 가져다줬잖아.'


"같이 가죠."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꾸벅 배꼽인사를 하고 미소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김대리 이 여우 같은 자식 때문에'


멀리 떠나가는 미소를 보다 주먹을 꽉 쥐고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김대리를 향해 돌아섰다.


"김대리.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봐요."

"무슨 말씀을."

"내가 공주임이랑 사귄다고 하지 않았나?"

"사귀시는 거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아서요."


한준혁 1패.


'여우 같은 자식.'


밟아서 안되면 싹을 뽑아버려야지. 


'상사 아이가.'


못된 상사니까 그냥 못 넘어가지. 


"김대리, 런던인지 프랑스인지 베이글 오늘 꼭 먹어야 합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공미소 때문에 왔으니까요."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죠."

"네?"


'따라오라고 인마.'


준혁의 발걸음은 성큼성큼 사람들이 가득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오늘 얼마나 공들였는데. 젠장. 한준혁이 왜 자꾸 공미소 옆에 알짱거려."

"안 옵니까?"


멀리서 준혁이 김대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갑니다."


상사만 아니었으면. 썩은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렸다. 






+@ 한준혁의 소심한 복수


- 하루 종일 백화점 돌면서 시장조사하기.

- 시장조사한 보고서 바로 다음날 제출하기.

10년 치 매출 분석표.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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