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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Feb 14. 2024

너만 모른단 말이야

휴대폰을 들고 있던 수민은 몰래 찍은 준혁의 사진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얼굴은 나 혼자 봐야하는데."


한창 미모 감상에 열중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임인가.'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행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


준혁은 답답한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옥상으로 올라왔다. 


"후우......"


가슴쪽 와이셔츠를 움켜쥔 손은 없는 단추를 '툭' 떨어뜨렸다. 그것을 알리 없는 준혁은 벽에 자신의 등을 대고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한준혁 과장님?"


'꺄 오늘 계탔네.' 수민은 애써 태어난척 하며 말을 걸었다.


"과장님. 괜찮으세요?"


준혁은 고개를 들어 수민을 바라보았다. 분노의 찬 눈은 당장 누구 하나 죽일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낯선모습을 들킨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정한 말투였다.


"오주임. 무슨일입니까?"

"얼굴색이 안좋아 보이세요. 의무실에 가보셔야......"

"됐습니다. 신경쓰지 말고 일보시죠."

"그렇겐 안될 것 같은데요."


수민의 손이 준혁의 가슴께로 향했다.


"무슨 짓입니까?"


자신의 가슴으로 다가오는 낯선 손목을 낙아채듯 잡았챘다.


"이거 드리려고."

"이게 뭡니까?"

"단추......"


'단추가. 언제 떨어졌지?'


그 사이 왼손엔 '아아'를 오른손엔 '뜨아'를 들고 온 미소가 오주임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둘을 향해 점점 가까워져왔다.


"오주임 여깄었어? 한참 찾았......"


'이게 무슨 상황이야? 왜 한과장이 오주임 손목을?


미소의 오른손에 힘이 빠졌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커피가 중력의 법칙에 따라 발등으로 낙하했다.


"앗! 뜨거. 어떻게. 내 아메리카노."


이 와중에 자신의 커피를 걱정하는 수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피는 내 발에 떨어졌는데'


놀란 탓일까? 발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뭔가 떨어졌는데.....


"죄송해요. 두 분 계신 줄 몰랐네요."


본능적으로 자리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옥상문을 향해 달려가는 미소를 한과장이 큰 걸음으로 쫓았다. 그리곤 그녀의 팔을 휙 잡아 끌었다.


"공주임!"


준혁은 미소를 돌려세우고 무릎을 꿇었다. 화상을 입은 발을 살피려고 하자 냉큼 뒤로 물러섰다.


"괜찮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안 괜찮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별거 아니라는 말에 준혁은 화가 치밀었다.


"신경쓰여."


특유의 냉소가 얼굴에 번졌다. 발 상태를 보고 안되겠다 싶은지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과장님! 뭐하는거에요! 내려줘요."

"싫다면."

"진짜. 여기 회사라고요."

"그게뭐."


누가 보는 것 따윈 신경 안쓴다는 얼굴로 미소는 탈 엄두도 못낼 임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무실로 내려갔다.


"응급처치는 했습니다만. 바로 병원에 가보시는게 좋겠는데요."

"병원에요? 저 하나도 안아픈데."

"공주임 바봅니까? 이런데도 안아프다고?"

"네. 바보라 그런지 하나도 안아프네요."

"하......"


진짜 이 바보를 어떡해 하나.


"벗어요."

"네?"

"스타킹이요. 젖었잖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벗겨줘요?"

"네?"


미소는 화장실에 들어왔다. 문을 잠그고 스타킹을 한 발씩 벗었다.


'두 사람 뭘까?'


준혁의 넥타이는 분명 풀려있었다. 눈은 반쯤 풀려 있었고 수민은 무언가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표정이었다.


'나 바보 아니거든. 그런 눈치쯤은 장착되어 있다고.'


수민이 준혁이 팬인거사내에 모르는 사람 없었다. 정작 준혁 본인은 모른채 했지만.


'고백 받아줬나보네.'


"나 모르게 도망이라도 가려고?"


여자 화장실 밖에서 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 좋다는 여자한테나 가볼일이지. 괜히 나는 왜 따라와.'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과장님은 바쁘실텐데 가보시죠."

"그럼. 나올때까지 소리 지릅니다. 공미"

"알어요. 나갈게요."


'진짜 나한테 왜이래.'


미소는 발을 절며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벌겋게 올라온 발이 갑자기 쓰라렸다. 헌데 갑자기 아픈 발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


"가죠."

"과장님!"

"안겨서 갈래요? 그냥 갈래요?"

"그냥 갈게요. 제발."


준혁은 공주님을 내려놓듯 살며시 땅에 내려두었다.


"가죠."


그녀의 손을 가볍게 붙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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