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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Mar 01. 2024

가지마.

미소의 입술은 나오는 음식마다 감탄했다. 언제 또 이런 음식을 맛볼까 싶기도 했다. 월급으론 택도 없었으니까.


"맛있습니까?"

"네."


준혁은 좀 전의 열기가 허리에 묵직하게 남아있었다. 그녀의 입을 보자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만 좀 오물거려.'


"본부장님."

"왜 갑자기 본부장입니까?"

"승진하셨잖아요."


본부장이고 뭐고 준혁은 오물거리는 미소의 입술에 다시 숨을 불어넣어 버렸다. 


디저트의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간신히 떼어낸 준혁을 향해 미소가 툴툴댔다.


미안한 마음에 미소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블라우스를 정돈해 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 똑똑똑.


"어이. 한준혁. 다 먹었으면 나오지. 나도 집에 좀 가자."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눈치가 없네.


"공주임. 그만 일어날까요?"


좌식 테이블이었던 탓에 미소의 발에 쥐가 났는지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아, 잠시만요."

"왜 어디가 안 좋습니까?"

"다리에 쥐가."


한 손엔 발을 한 손은 종아리를 잡은 준혁의 손이 분주했다.


"아... 거기 아니고. 이쪽이요."


미소의 발은 오늘 하루 수난시대였다. 화상에 쥐에.


"어때요?"

"괜찮아요."

"걸을 수 있겠어요."


준혁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뻐근함이 남아 있었지만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네."

"이제 나 없으면 안 되겠네."

"혼자서도 잘하거든요."


벌떡 일어난 미소가 다친 발을 절뚝 거리며 가게 밖을 나왔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있다가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찬 공기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갑자기 머릿속에 복잡해진다.


'본부장님이랑 내가 말이 되나.'


갑자기 쥐가 났던 발이 아파왔다. 그리고 온몸에 저항이 일었다.


유통기한이 끝나면 버려야 할 통조림처럼.


'결국 그렇게 되겠지.'


결국 물거품처럼 사라질 사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되는 건지. 미소는 아픈 발을 한 걸음씩 디뎠다. 디디는 걸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걱정하겠지.'


미소는 가슴이 뻐근해졌다. 좀 전에 달콤했던 분위기는 찬 바람에 쓸려가 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움직인 몸은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왔다. 주차한 준혁 차를 스쳐 지나갔다. 문득 김대리가 그의 차에 대해 이야기했던 일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 딱 3대밖에 없다니까.'

'진짜요?'


흘려들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눈앞이 흐려졌다. 


'꿈은 깨라고 있는 거니까.'


큰 길로 나와 손을 휘저었다. 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다가와 멈춰섰다. 다급하게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공미소. 왜 여깄어?"


누군가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준혁이었다.


"......"

"손님 안 탈 거예요?"

"탈 거예요."


그의 팔을 뿌리쳤다. 그러자 택시 문을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그냥 가시죠."


쾅 하고 택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왜 여깄냐고!"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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