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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열 Sep 06. 2022

추석을 앞둔 남편분들께 (feat. 남자 정신과의사)

요즘 아빠분들은 명절이 스트레스입니다.

본가에서도 맘편히 쉬지 못하죠.

아내와 부모님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부모님이 또는 누나나 여동생이, 

그게 아니면 뜻밖에 고모가

아내에게 별 뜻 없이 한마디 한 것이

아내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기에, 

중간에서 노심초사 하고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내는 명절 기간 동안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스트레스를 받기에, 

돌아오는 길에 뾰루퉁 해져 있죠. 


아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 부모님을 공격하는 느낌이 들기에,

나름대로 변호를 하다 보면, 

오히려 그게 화근이 되어

싸움이 커지기도 하고요. 


대한민국 남편들의 착각이 있거든요. 

'그래도 우리 부모님 정도면, 

괜찮은 시부모님이지…'


그래서, 

그런 우리 부모님의

말과 행동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그것 때문에 

맘상해하는 아내를 보면, 

섭섭한 마음까지 듭니다.


나름대로 번역을 해주면, 

오히려 아내는 더 화를 내니,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화가 나고요. 


그래서,

남편도 분명히 

명절 스트레스를 받아요. 


하지만,  

‘아내에겐 명절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우리 부모님이 

아무리 며느리 배려 해주고, 

심지어 집에서 모이지도 않고

음식점에서 모이기만 해도, 

아내는 명절이 부담스럽고,

명절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 모든 걸 이해한다 한들,

처신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아내편을 들자니, 

부모님이 마음에 걸리고,

부모님편을 들자니,

아내가 마음에 걸리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을,

부모님 앞에서는 부모님 편을

드는 게 최선이겠지만,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엔, 

아내 편을 드세요. 

그 순간엔 조금 불효자가 되세요. 

부모님의 요구를 중간에서 자르는 거죠. 


물론, 

아무리 정중하게 하고

어떤 핑계를 댄들, 

부모님 입장에서는 섭섭해요. 

자식이 부모님의 섭섭함을 느끼는 건,

참 괴로운 일이죠. 


하지만, 꼭 생각해 볼 게 있어요. 

부모님의 섭섭함에 내가 너무 민감하고,

그래서 그런 감정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부모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다면, 

사실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거에요.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키우게 되면, 

심리적으로 부모님과 어느 정도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거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1년에 두번뿐인 명절인데,

아내가 좀 참으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어요.


하지만 길게 생각해 보세요.

명절 한두번 지낼 거 아니죠.

앞으로도 수십년 지내야 합니다.


그때마다 아내가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아내도 사람인지라

어느 순간 이전과는 정반대로,

지나치게 강한 감정 반응을 

우리 부모님께 보일 수 있어요.

부모님께는 그게 더 상처가 되죠.


실제로 이런 패턴으로 인해,

시부모님과 연끊는 며느리도 꽤 있고,

회복이 어려운 우울증에 빠지거나,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있어요. 

남편은 뒤늦게 후회하게 되고요.


부부가 서로 마음을 헤아려주고

서로의 고충을 알아주면, 

조금이라도 해결되는데..

그 순서는 남자가 먼저에요.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 아직은,

남자가 명절이 덜 힘들거든요. 


부모님이 살아계실 날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해야 해요.

아내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거죠.


그러니, 이번 명절에 한번 실천해보세요.

명절에 부모님의 요구사항을

딱 한번이라도 거절해보는 거에요.


시누이보고 가라는 말씀을 하시면, 

이런 저런 핑계를 미리 만들어서

처가로 향하는 것도 한 예에요.


밥한끼 더 먹고 가라는 말씀을 하시면,

교통 체증과 아이 핑계라도 대서

처가로 향하는 것도 한 예에요.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질 수 있어요.

잠시 불효자가 된 것 같지만,

한번 거절했다고 불효자 느낌 받는 건,

효자가 아니라 호구입니다.


만약, 적절히 거절하지 못했다면,

명절 때 받은 아내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주세요.

변호를 하거나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아내 편이 되어 그대로 들어주세요.


부부관계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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