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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관 Dec 07. 2024

아빠에게 보내는 아들의 편지

1년하고 8개월만에 보내는 답장

높은 기상을 가져라

아침에 햇볕을 먼저 받는 곳은 저녁에 그늘이 빨리 들고, 일찍 피는 꽃은 그 시듦 또한 빠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람은 급박하게 돌고 돌아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이 세상에 뜻을 품은 자는 한 차례 재해를 겪었다 해서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된다.
가슴 속에는 늘 송골매가 가을 하늘을 솟구치는 듯한 기상을 품어야 한다.


아들~ 굿모닝.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좀 옮겨 썼다. ^.^

봄이 오다가 브레이크를 조금 밟은 듯 날씨가 서늘하다.

이러다가 금새 더워지겠지. 봄은 너무 짧다.

고딩 졸업하고는 집을 떠나서 계속 타지에서 생활하는구나. 다컸네 ㅎㅎ.

다산 선생님의 말씀처럼 송골매처럼 힘찬 기상을 품고

어떤 어려움이라도 뚫고 높이 높이 솟구쳐 오르기를 아빠가 응원한다.

주말에 시간 내서 박람회 다녀오구 청도 집에 내려올 계획도 잡아보거라. 사랑한다 아들~ 이동과니 ㅋㅋ


2023.3.29(청도 장날) 아부지가~



지금은 7시 52분. 아침 운동을 나갔을지, 어제 한 잔 마시고 자고 있을지 모를 시간이네.

그것도 아니면 이수현 학원 데려다 주고 내 방에서 책 읽고 있으려나?


서울은 엄청 춥다. 며칠 전부터 보일러를 열심히 키고 자는데도 창문에 서리는 한기때문에 아침에는 코가 꽉 막힌 느낌이 드네. 이제 진짜 겨울이 오려나보다.


요근래 며칠은 잔병치레가 잦아서 걱정이 많았겠네. 지금은 밥 잘 챙겨먹고 산보도 잘 나가서 건강 잘 챙기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집을 떠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 가는 횟수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학생때는 달에 한 번은 집에 갔고, 처음 직장 갖고도 1~2달에 한 번은 갔던 느낌인데 요즘은 주기가 더 길어지고 있는 것 같네.ㅎㅎ

그래도 지금은 한 번 가면 되게 오래 있다가 오니까 이것도 괜찮제? 이번에도 한 일주일 있다가 오니까 그걸로 퉁치자.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어릴 때 얼른 독립하라고 한 아빠 말 잘 듣고 있는 거라 생각하셈.ㅋ


군대에 있을 땐 편지 잘 썼는데, 오랜만에 쓰려니까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할지 잘 모르겠네.

아빠는 서시를 넣어줬는데, 나는 마지막에 노래 가사를 넣으련다.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낙엽 떨어진 그길을 정답게 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흰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텅빈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리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텅빈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리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2024.11.22 아들이


사실 적으면서 엄청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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