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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관 Dec 14. 2024

도시로부터의 수기

나는 아픈 사람이다. 나는 명치께가 늘 불편하다. 그러나 나는 내 병이 무엇인지 모르고, 어디가 아픈지도 정확히 모른다. 근 3년간 이유모를 결핍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러다 기쁨이 찾아 오고, 끝없는 결핍은 기쁨을 빨아들인다. 그렇게 3년을 지냈다. 언젠가 나를 지나쳐간 인연들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모습들. 나는 어떤 것을 사랑하고 있는지 되물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일에는 항상 의심과 불안이 가득하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는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한다. 단순히 쾌락을 좇던 관계에서는 그것이 지나간 자리의 공허한 감정만이 남는다. 이런 내 모습을 사랑하지 않고 있다. 나는 아픈 사람인 게 분명하다.


항상 명치께가 불편하다. 응어리진 감정이 모이고 모인 결과라는 생각을 한다. 기쁨과 환희를 한움큼 삼켜내도 내장의 병목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장기를 다 꺼내어 응어리진 부분을 도려내고 싶다. 그래서 최근에 장기를 다 꺼내어 보았다.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응어리진 부분에서만 비릿함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꺼내어진 장기를 보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었다. 저 안에 가득찬 후회와, 그리움과, 욕망과, 기쁨과, 두려움과, 슬픔과, 즐거움, 그리고 또 많은 것들... 그것을 다 보고도 다시 내 안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저 많은 것들이 이렇게 작은 내 몸에 다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하지만 내일은 다가온다.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 모든 비릿함과 밀어터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꺼낸 장기를 배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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