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는 처음인데요;; #1
정신과 입원과 퇴원 그리고 외래
여러분은 어떤 계기로 정신과를 찾게 되었나요. 직장에서의 가스라이팅?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떠오르는 망상? 이따금 들리는 환청? 힘들더라도 증상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면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 면담을 받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응급실을 통해 급박하게 입원하며 정신과 생활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아니면 병원에서 진료만 받아도 좋을지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자타해 위협이 있는지입니다. 그리고 자살 시도나 자살 사고가 있었는지도 꼭 체크해야 하죠. 또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만큼, 예를 들어 망상 증상이 심할 경우도 응급실에 가는 게 좋겠죠.
여러분이 응급실에서 겪을 일을 짐작 가능합니다. 저도 몇 번 응급실을 이용했었거든요. 공격적인 성향이 뚜렷하면 몸이 묶인 채 마취제(?)로 몽롱해져 잠드는 경우도 있죠.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씩이나 의사선생님을 기다리다 지쳐서 졸고... 망상으로 모든 걸 내 중심으로 희한하게 해석하고...
제가 경험한 응급실은 참 차가웠습니다. 묻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날카롭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는지 무표정으로 물었던 의료진이 생각나는군요. 정이 없고 시릴 정도로 차가운 질문에 처음엔 아무 말도 안 나왔어요.
얼마 후 몹시 피곤해 보이는 당직인 의사선생님이 내려와서 짧게 대화를 나누고 세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가 결정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가라고 하는 경우, 자리가 있어서 병원에 바로 입원하는 경우, 그리고 병실이 없어서 타병원에 잠시 있다가 대기가 끝나면 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 그리고 이때 아주 중요한 걸 정하게 되는데 바로 입원 유형입니다.
입원 유형은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 입원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의입원을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자의입원만이 자기가 퇴원하고자 할 때 혼자만의 결정으로 퇴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의입원은 스스로 입원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다른 유형을 살펴볼까요? 동의입원은 나와 나의 보호의무자 1인이 입원을 결정합니다. 이때는 당연히 자기 이외에 다른 사람도 함께 입원 서류를 작성해야겠죠? 가족 증명서 같은 자질구레한 서류들 역시 필요합니다. 병원에서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원무과를 통해 알려줄 겁니다. 퇴원 시에도 보호자가 와서 이것저것 서류도 작성하고 수속도 밟아야 합니다.
보호입원은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로 입원합니다. 퇴원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보호의무자의 의견이겠죠?
행정입원은 크게 많지는 않을 것 같지만 소개해드리자면 자신이나 타인의 건강이나 안전에 위험이 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료기관에 의뢰하여 입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응급입원은 자신이나 타인의 건강이나 안전의 위험으로 상황이 급박하여 다른 입원절차를 진행할 여유가 없을 때 의사와 경찰의 동의를 받아 응급상황에서 입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보호의무자가 아닌 의사나 경찰의 의견이 중요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국가에서 전액 지원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경우로 입원하지 않으시길 부디 바랍니다.
입원하는 또 다른 방법은 외래(입원하지 않고 병원을 다니는 것)를 다니다가 의사선생님께 상담을 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때도 선생님이 묻지 않더라도 꼭 입원유형에 대해 ‘쇼부’를 보아야 합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입원을 기다리다가 원무과에서 부모님을 동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분명 자의로 입원을 결정했는데 보호의무자가 필요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꼭, 의사선생님께 “저는 자의입원을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세요.
최근에는 의료대란 때문에 외래에서 입원을 희망한다고 말을 해도 대기를 많이 타야 합니다. 자리가 나면 원무과에서 연락을 하여 병원에 와서 서류를 작성하고 드디어! 대망의 정신과 병동에 들어가게 되지요.
입원을 한 후 환자들은 퇴원을 손꼽아 기다리죠. 퇴원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간호사분께 직접 여쭤보니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어떤 분은 하루 만에 퇴원하고 어떤 분은 두 달, 세 달, 네 달, 아니면 그 이상이 지나야 퇴원을 한다고 하네요. 저는 가장 오래 다녔을 때 핸드폰 없이 두 달을 꼬박 보호병동에서 보냈습니다.
입원했다 퇴원을 하고 나면 이제 정기적으로 외래를 다니게 되죠.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외래는 교수님에게 짧게 면담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잘 자는지, 잘 먹는지, 일상생활을 잘하는지 같은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그 외에 교수님께 불편한 점을 얘기하죠.
환자나 의사의 상호작용은 어느 과에서나 중요하지만 정신과는 더더욱 환자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정신질환은 피검사에도 엑스레이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거의 전적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진술하는 증상에 따라 진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환자가 얼마나 솔직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유명한 정신과 선생님의 경우 초진을 보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환자가 많은 선생님들은 외래를 갔을 때 정해진 시간보다 60분, 80분 뒤에 면담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외래는 증상을 없애는 약을 알맞게 잘 먹기 위한 수단이지 나의 고민거리를 진지하게, 오래 나누는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외래는 10분 정도만 봐도 오래 보는 것이거든요. 외래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급함은 책, 심리상담, 혹은 정신과 개인병원 중 면담을 오래하는 곳에서 추가로 진료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