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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ju Oct 21. 2023

대만의 고량주섬을 아시나요

대만보다 중국에 훨씬 가까운 요상한 섬

타이페이 도심에 위치한 송산(松山) 공항에서 장난감 같은 크기의 심장 쫄깃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여를 날면 고요한 섬, 금문도(金門島)에 도착한다. 대만 본토에서는 비행기 밖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불과 10km 떨어진 중국 샤먼(厦門)과는 수상 페리로 30분이면 간편하게 오갈 수 있는 금문도는 대만 땅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중국과 훨씬 더 가까운 섬이다.


대만보다 중국에 훨씬 더 가까운 금문(Kinmen)  ⓒ CNN Travel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군복무가 의무인 대만에서 시아버님 세대의 절반은 금문도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할 만큼 대만과 중국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금문도에는 실제로 로컬 주민보다 군인들이 더 많이 주둔했다고 한다. 당시 섬 전체에는 비상 계엄령이 내려져 긴장감이 팽배했는데, 로컬 여성들도 군복무를 해야 할 정도였다. 때때로 일반인들이 군인들에게 집을 빌려주기도 해야 했다니, 그 시절 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듯하다.


금문도에서 바라본 중국 샤먼(Xiamen)


한때 치열한 격전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의 금문도는 평화롭고 조용하다. 2001년에 금문도와 중국 대륙의 여행의 규제가 풀리면서 많은 관광객이 이 섬을 찾았고, 중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대만의 사업가들은 기존의 홍콩보다 접근성이 좋고 비용은 더 낮은 금문도를 대륙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자연히 금문도의 관광산업도 함께 발전하게 되었다. 


장난감 같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금문도로!



Golden Lake Hotel (金湖飯店)

주소: No. 218, Sec. 2, Taihu Rd., Jinhu Township, Kinmen County 891, Taiwan

웹사이트: https://www.goldenlakehotel.com/


과거 아픈 역사를 품은 금문도에 대만에서 가장 큰 면세점을 운영하는 회사 Everrich가 세운 Golden Lake Hotel은 이 섬 유일의 5성급 호텔이다. 금문도에서 가장 큰 호수인 타이후(太湖)를 바라보며 우뚝 솟은 이 호텔은 그전까지 민박과 모텔 위주였던 금문도 숙박시설의 수준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특급호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Golden Lake Hotel
호텔과 연결된 Everrich Duty Free


면세점이 세운 호텔인 만큼 Golden Lake Hotel은 9,000평의 초대형 면세점과 연결되어 있다. 수상페리로 30분이면 도착하는 중국 샤먼(厦門)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인데, 그 까닭에 여기서 구매한 면세품은 공항대신 금문도 ‘항구’에서 픽업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티파니, 까르띠에, 구찌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호화로운 라인업을 자랑했으나, 코로나 기간 동안 대만정부가 외국인의 출입국을 원천 봉쇄하면서 현재는 많은 명품브랜드가 철수해 아쉬움을 남긴다.



로컬들도 안 가본 사람이 대다수인 금문도에 개인적으로 4번이나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참 편안하게 머물었던 곳이 Golden Lake Hotel이다. 로비에서 판매하던 투박한 수제빵, 하루 중 언제라도 들러 무제한으로 먹고 마셨던 클럽 라운지, 오너가 직접 공들여 골랐다는 각종 나무 조경이 아름다웠던 수영장,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끝없이 나오던 중식당 등 수년에 걸친 Golden Lake Hotel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로비에서 판매하는 수제빵, 나무 조경이 아름다운 수영장
클럽 라운지



금문채도(金門菜刀) & 금문고량주(金門高粱酒)


금문도를 방문했다면 꼭 사가야 할 기념품 중 한 가지가 금문채도(金門菜刀)다. 1958년 전쟁 당시 섬에 떨어진 포탄만 거의 48만 발에 달하는데, 이 포탄의 고철을 이용해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금문도의 식칼은 그 품질이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포탄 한 발로 무려 60개의 식칼을 만들 수 있으며, 포탄에 쓰이는 쇠는 질이 좋은 까닭에 금문채도는 날카롭고 잘 녹슬거나 무뎌지지 않아 요리사들이나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고 한다.


금문채도(金門菜刀)


또 한 가지 추천할만한 기념품은 금문고량주(金門高粱酒)다. 금문도보다 훨씬 더 잘 알려진 금문고량주는 금문현(金門縣) 정부 소유의 브랜드로 수수, 밀, 화강암반수 세 가지의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청정하게 만드는 알코올 도수 38도~58도의 증류주다. 금문도의 땅은 모래흙과 적색토가 많아 수수, 밀, 옥수수와 같은 가뭄에 강한 식물들에게 특히 적합하고 깨끗한 화강암반수가 풍부해 고량주 제조에 지리적 이점이 크다. 금문고량주는 많이 마셔도 그다음 날 숙취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만살이 8년 차 여러 번 경험해 본바, 다른 독주보다 확실히 숙취가 적긴 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일반적인 58도짜리 길쭉한 병보다는 호리병처럼 생긴 56도의 숙성된 금문고량주를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최소 5년 이상 숙성된 고량주는 그 향이 난초처럼 향기로우며 목 넘김이 훨씬 부드럽다. 대만 현지에서 한 병에 2만 원대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58도의 금문고량주가 한국에서 거의 10만 원에 육박하니, 대만에서 최소 10만 원대의 숙성 고량주의 한국에서의 가치는 상상에 맡긴다!


5년 이상 숙성시킨 ‘진년(陳年) 금문고량주’를 추천한다



금문도의 흔치 않은 복지


국공내전에서 최전방에 내몰려 중국과 대만사이에서 혼란의 시간을 보냈던 이 섬에 대한 보상일까, 금문고량주 판매수입에서 나오는 막대한 세수(稅收) 덕분일까. 대만의 22개 모든 시(市)와 현(縣)을 통틀어 가장 복지가 좋은 곳이 바로 금문도다. 복지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꽤나 흥미로운데, 우선 로컬들에겐 비행기표의 30%가 상시 할인되며,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모든 급식과 우유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공공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금문도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에게는 매년 학비/교통비 보조금이 지급된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임신/출산/양육수당은 물론, 가정주부를 위한 수당도 따로 있으며, 금문도의 모든 병원에서는 (한화 8천 원~만 원 정도의) 기본 진료비(Registration fee, 掛號費)가 면제된다. 고량주 관련 복지 정책도 있는데, 금문도에 4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라면 대만 3대 명절인 춘절, 중추절, 단오절에 금문고량주 한 박스(12병)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보통 이렇게 구매한 고량주는 중개인을 통해 바로 시장에 되팔아 차액으로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섬, 금문도



글, 사진 ⓒ dre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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