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by 들풀



겨울이 오기 전, 우리는 전국 동호인 대회에 나갔다.

체육관 안은 공기의 떨림으로 가득했다.

수십 개의 라켓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

긴장한 숨소리, 신발이 바닥을 스치는 마찰음까지.

그 모든 소리가 내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했다.


나는 라켓을 쥔 손이 땀으로 젖는 걸 느꼈다.

그러나 코트 옆에 서 있는 그의 존재는 묵직한 버팀목이었다.

그는 짧게 속삭였다.

"천천히 기본을 잊지 마."

경기는 고비마다 흔들렸다.


내 공은 종종 네트를 맞고 튀어 나갔고, 발은 늦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나는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공이 상대 코트에 꽂히는 순간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우리는 우승했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그날의 웃음은 내가 본 그의 얼굴 중 가장 자유로운 빛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병에 쓰러졌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병은 빠르게 그를 약하게 만들었다.

간암 말기하는 진단이 나왔다.


병실에서 그는 여전히 단정했다.

링거 줄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내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시 코트에 서고 싶어, 다시 네 레슨을 해주고 싶어."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잔잔한 아침, 그는 눈을 감았다.

세상에서 가장 단정한 모습으로 마치 긴 휴식에 들어가듯이.

이제 나는 홀로 코트 위에 선다.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따라온다.

'천천히 기본을 지켜야 해.'


저녁 햇살이 서서히 기울며 그림자를 길게 늘렸다.

내 옆에는 아직도 그의 그림자가 겹쳐 있었다.

사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는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의 웃음, 그의 목소리, 작은 손짓 하나까지.


지금 눈앞에는 없지만,

기억 속에서만큼은 여전히 선명하게 숨 쉬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저려왔다.


내 라켓을 휘두르는 모든 순간마다 나는 그와 함께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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