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9

by 류류류

어제 부모님과 함께 폴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폴이 와서 스테이크와 샐러드 요리를 했고,

와인도 함께 마시면서 편한 시간 보내고 저녁은 마무리가 되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편안했고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잘 못하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면 기분이 나쁘다.

내가 여기서 수동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걸 지적당할 때 화가 나서 똑같이 못되게 얘기하고 싶어진다.

결국엔 내가 능동적으로 잘 일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넘어갔다.

나를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는 렌즈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많은 부분들이 공격적으로 보이고,

그런 방어태세를 가진 사람에게 실제로 공격적인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어디서 읽었다.

아마 신경이 곤두서있다는 걸 상대방도 알기 때문일까.


난 나무가 참 좋다.

만약에 내가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늘 하늘과 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Doist에선 뽑히지 않을까... 그래도 세 번이나 지원을 했는데 말이다.

죽음을 늘 두려워하는 자아.

그리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내 안의 무언가가 죽는 것이기 때문에 완강하게 거부하고 싸우게 된다.


나는 이때까지 내 자아보다 더 사랑했던 누군가가 있었을까.


이때까지 만났던 모든 남자들한테도 난 늘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해 오면서 행동했었고,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헤어지고 그다음 사람으로 넘어갔었다.

그러니 지금까지 나를 발전시킬 필요도, 변화시킬 필요가 없었겠지.


더 이상 여기저기 지원하지 말고 이제는 그냥 가만히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을 지켜봐야겠다.

곰곰이 과거를 생각해 보니 난 폴에게 너무나도 못되게 군 것 같다.

시카고에서의 일이나.

2월 초 출장 다녀와서의 일이나.

셀 수가 없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그렇게 싸움을 일으키고 있고,

이게 나아지지 않으면 난 그와도, 그 다른 사람과도 함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에겐 나만을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7개월 내내 폴과 함께하고 (물론 많은 시간 데이트를 하며 좋았지만) 출근하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내 마음을 알려고 한지는 오래된 것 같다.

늘 집에 오면 뻗어서 잠들기 바빴으니까.


가만히 별 걸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내 일상을 채우자.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으니,

천천히 살사도 배우고, 급하지 않게,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출퇴근하고,

책도 많이 읽고, 투자도 공부해 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보자.

가족들과 많이 함께하고.


이제 더 이상 지원하지 말아야겠다.

딱히 지원을 해도 되지도 않는 걸로 봐서는 내가 또 늘 그렇듯 문제인 것 같은데,

UN에 취업을 위해 그 사람에게 한번 연락을 해봐야 하나 싶다.

뭔가 저번에 시험 자료 받을 때 20만 원이나 사용해서 사기꾼 같은 느낌이 있으나,

나 혼자서는 서류 통과도 잘 안 되는 것 같기에.


또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느리고 여유로운 UN에서 빨리빨리 채용 절차를 밟을 것 같지도 않다

솔직하게는.


어디서 일하는 게 중요하겠냐 만은 조금 더 좋은 곳으로 한 발자국 뛰어오르고 싶은데,

지금 현재 일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나 싶은 자신감 떨어지는 소리가 내 안에서 들린다.

진정한 나는 누구이고, 그 안에 나를 보호하려고 드는,

그래서 내가 그것에 질질 끌려가게 만드는 자아는 어떤 것일까.

내가 그 둘을 잘 구분할 수 있을까.


난 너무나도 생각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각들이 부정적이다.

그래서 내가 너무 힘이 든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새싹이 나무로 자라기도 전에

이성이란 이름으로 그것들을 밟아버리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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