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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19. 2022

아프지 않게 아프기

수술을 하고 나면 한통의 무통주사를 맞는다. 일반 진통제보다 약기운이 강력한 진통제라 극심한 고통이 오는 수술 후에 사용하는 진통제다. 삐빅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면 일정 시간에 맞춰진 소량의 무통 주사액이 수액 줄을 타고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아픔을 참을 수 없을 때 약물이 나오는 버튼을 스스로 누르면 다시 한번 소량의 약물이 흘러내려왔다. 아픈 기운은 진통제 효과로 차츰 약해지고 오지 않던 잠이 스르륵 밀려온다. 순간의 나른한 기분이 좋았다. 무통주사는 일종의 마약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양을 한 번에 투약하는 것도 안 되고 일정 시간 안에 잦은 투약도 안 된다. 


아프지 않기 위한 방법임에도 몸에는 좋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나는 머리 손질을 위해 위해 헤어 고데기를 사용했었다. 뜨겁게 달궈진 원형의 봉 고데기 판넬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다리 위로 떨어져 작은 화상을 입게 되었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염증 없이 새살이 빠르게 돋게 하기 위해서는 데면서 생긴 화상 자국 위로 거뭇하게 변한 죽은 살 껍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죽은 피부 층만 닦아내듯 제거하는 치료는 내가 경험했던 뼈가 부러지는 고통까진 아니었지만 작은 부위의 화상 상처 치고 상상 이상으로 엄청 아팠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 하는 치료도 아픔은 따라온다. 

아프지 않다고 괜찮은 것도 아니었고, 아프다고 괜찮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아프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거처럼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다. 애초에 상처가 안 생기면 좋겠지만 타인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상처를 받지 않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소한 일상에도 쉽게 상처받는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배워도 상처받는 방법은 배우지 않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처받는 방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하는 각자의 숙제 같은 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상처받기 싫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부딪히며 생기는 상처에 아파도 해보고 상처가 아물기를 반복하며 생기는 굳은살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상처가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아픔에 익숙해져 무뎌질 뿐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프면 말해요.”

"아프면 손 들어주세요."


병원을 가서 치료를 받다 보면 늘 듣는 말이다. 참지 말고 말하세요. 병원에서 아프면 참지 말고 말하라고 하는 이유는 아픈 곳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매일 아픈 사람만 돌보는 병원에서 조차 환자가 말하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지 모르는 법이다. 내가 아픈 곳은 내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참을성이 좋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참기만 한다고 모든 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아픔을 참는 건 미련한 짓이라고 되레 혼이 난다. 그만큼 상처는 참기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상처가 곪기 전에 아프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괜찮다 말한다고 몸이 괜찮은 건 아니다. 살면서 한번쯤 내 자신에게 물어봐 본 적이 있을까? 정말 괜찮으냐고. 마음이 내는 신음을 외면하지 말자, 상처받았다면 눈치 보며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아파하자. 결코 아픔은 숨길만큼 부끄러운 것도 창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참기만 한다면 상처는 속에서 곪고 곪아 결국 더 큰 상처를 만들어 낸다. 아픔에도 방법은 있다. 살아가면서 요령이 생기듯이 어차피 아파야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덜 아프게 아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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