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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19. 2022

부담 주지 않는 부담

지나친 친절은 때때로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나에게 사람들은 가끔 지나친 친절을 베푼다. 그들은 그것이 도덕적 윤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요에 의한 도움을 받았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반대로 필요하지 않던 도움은 말 그대로 필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하려고 하는 편이다. 비록 빠르진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불편해 보여도 난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해줄게”


신경 쓰이지 않게 한다는 게 오히려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하였나 보다. 하고 있는 걸 빼앗듯 가져가 서둘러 대신해주거나 아예 하지 못하게 한다. 어설프게 움직이는 내 모습이 보기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평소 생활하던 일상이다. 사람이 있고, 없고를 떠나 평소대로 했던 내가 행동이 불편해 보이거나 불안하다고 해서 갑자기 나서서 해준다고 말하는 게 새삼스러웠다. 그 사람의 배려가 마치 나의 일상을 못 미더워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부담 주지 않으려는 마음끼리 만나 만들어내는 착한 부담이 때로는 상처가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삶 속에서 살아가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자리까지 배려라는 녀석이 뺏어가는 것 같아 씁쓸한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내가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게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면 그다지 씁쓸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서로의 배려가 부담이 되고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마음끼리 만나 만드는 착한 부담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많이 겪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착한 부담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려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천천히 기다려주거나, 도와주거나, 함께 하거나 혹은 모른 척해주거나.

요즘 나에게 필요한 배려는 모른 척해주기다. 내가 움직일수록 부담스러워한다면 나의 움직임을 잠깐 모른 척해주는 배려. ‘내가 대신해줘야 해’한다는 착한 마음을 모른 척하는 배려. 나부터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내가 편하고자 하는 배려 대신 내가 불편해도 한 번쯤 모른 척 기다려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껏 내가 편하자고 했던 배려는 어쩌면 다른 이에게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면 아무것도 모른 척 그 사람이 하고픈 대로 놔두기로 했다. 꼭 스스로 해야 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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