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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28. 2022

무조건 좋은 사람은 없다

너는 착한 아이구나.

어구, 착하기도 해라.

이렇게 착한 얘가 어디 있어.


평생 들었던 지금도 듣고 있는 말들.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생기는 말이다.


사람들은 나를 잘 모름에도 저런 말들을 곧잘 한다. 아픈 몸으로 살면서 느꼈던 편견 중 하나가 <아픈 사람들은 착해> 이런 류의 편견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부터 잘 아는 사람까지 은연중 그들은 ‘착한 애’라는 프레임을 씌운 상태로 나를 바라본다. 어쩌면 사람들이 바라보고 싶은 모습인 거 같았다. 세상엔 항상 착한 사람은 없는데 말이다.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은 성장하는 시기 사춘기에 흔히 겪는 이야기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지기 시작할 시점부터 자신의 본래 성격을 찾아가며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독립한다. 차츰 나의 영역이 생기고 부모님이 모르는 또 다른 내가 발견될 때 비로소 ‘진짜’ 나를 찾은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10대와 20대 때가 되어서도 나의 본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부모님이 없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롯이 혼자 성장해야 되는 부분을 겪지 못한 나는 여전히 부모님에게 귀속되어 있는 <착한 딸>이었다. 그렇게 지낸다고 그것이 나의 모습인 거 같지 않았다. 물론 내가 ‘나쁜 딸’,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묻어놓은 ‘진짜’ 내가 어떤 모습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딱히 부모님이 억압적이거나 예의를 중시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가족과 어른’이라는 수식어를 포함하고 있는 관계 속에서 나를 자유롭게 펼칠 수는 없었다.


“우리 아이는 그럴 리 없어요.”


흔히 하는 부모님의 착각, 이 말만 보아도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 부모님은 모르는 내가 존재한다. 수박을 반으로 자르면 초록색이었던 겉면과 달리 새빨간 빛으로 달짝지근한 과즙을 내뿜는 속을 가진 것처럼 사람의 내면에는 다양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 


 ‘내가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상대와 어떤 관계를 가졌느냐에 따라 내가 표현되는 모습은 제각 기였다. 어떤 관계 속에서의 나는 활발하고 말 잘하는 사람이었고, 또 다른 관계에서는 숫기 없는 조용한 그런 사람이었다. 대체로 가족과 관련된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한 모습이 되는 건 어릴 때부터 <착한 얘>라는 정의가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원래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표현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보는 나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었다. 때로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준비된 그림보다 선은 거칠지만 곧바로 그려내는 드로잉 기법이 그림을 더 잘 표현해줄 때가 있다. 


 나이를 먹어도 부모님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은 실로 엄청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 같았다. 부모님의 영역에서 멀어질수록 나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더욱 용기내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렇게 부모님에게 귀속되는 삶으로 내 모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면 나도 ‘진짜’ 나의 모습은 평생 찾을 수 없게 된다. 진짜 나의 모습을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간다는 건 조금은 억울한 일인 거 같다. 사람들이 바라는 착한 사람,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기 싫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건 진짜 그렇게 때문이야.”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한다면 그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를 보라보는 사람들과 나는 어떤 관계에 속해있을까? 관계가 정의해주는 시선은 제법 한정적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어떠한 관계에 얽매여 있지 않으세요? 저처럼 한 관계 속에서 ‘진짜’ 나를 찾지 못했다면, 만나보세요. 누구든, 많은 사람들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부담이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면 그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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